1.3㎡ 법인 만들고 취득세 6천 아낀다[구멍난 부동산규제][단독]
임대료 월 8만원에 ‘유령법인’ 설립
사무실 쪼개 3.3㎡남짓 법인 수두룩
단속 뜨면 실제 운영법인처럼 꾸며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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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그 주소는 5년 내 신생법인도 세금 감면 해당 지역이 맞네요. 설립하시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구로구청 관계자)
법인 소재지 ‘서울 구로구 구로3동 xxx-xx번지’. 면적 1.3㎡. 월 임대료 8만원. 법인 설립을 대행해주는 브로커가 내민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설립 절차가 쉽게 끝난다. 면적이 표기돼 있지만 비상주법인, 일명 ‘유령법인’이다.
‘구로공단’으로 잘 알려진 서울디지털국가산업 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에 불법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법인이 활개치고 있다. 이곳은 부동산 매매나 임대업 등의 법인은 들어올 수 없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법’(산업집적법)에 근거해 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업종에만 조세특례제한법상 다양한 세(稅) 혜택을 준다. 부동산관련 업종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15억 강남집 사면 6000만원 탈세 가능
그런데 어떻게 버젓이 부동산임대업을 하고도 산업집적법으로 정한 법인 설립 및 소득·취득·재산·등록세 등 각종 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구로구청 등에 문의한 결과, 법인이 구로공단에 등록돼 있으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을 임대해주기 위해 임대업을 등록할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임대주택에 해당 법인 직원이 사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업자들은 본업을 IT로, 부업은 부동산임대업으로 등록한 뒤 이 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보통 지식산업센터 내 한 사무실을 잘게 쪼개 여러 사무실을 두는 방식으로 법인 소재지를 만든다. 이를테면 330㎡(약 100평) 사무실에 9.9㎡짜리 사무실을 10여개씩 만들고 각 ‘호수’를 붙여 넣는 식이다.
이 같은 방법은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 ‘꼼수’ 절세 방법이다. 이들은 이미 부동산법인을 만들고 이를 정당한 절세방법인양 퍼뜨리는데 법인설립 땐 설립목적에 부동산임대업이 아닌 IT업종을 넣어야 단속에 안 걸린다는 사례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지방에 부동산법인을 두고 서울 아파트를 사면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 내에서도 과밀억제권역에서 예외 지역인 구로공단에 법인을 설립하려는 투자자들의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유령법인’도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과밀억제권역 외 법인을 두고 과밀억제권역인 강남에 15억짜리 아파트를 사면 5년 내 신생법인은 취득세 3%에 중과세율 4%가 추가돼 1억5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과밀억제권역 예외 지역인 구로공단에 법인을 두면 조세특례법상 중과세율이 면제돼 60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주택자(4주택 이상)인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 거래를 해도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걸리면 기본세율 6~42%에 20%를 중과해 최고 62%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은 기본세율 10~20%에 추가 법인세 10%를 더해 최고 30%를 적용받아 세율이 개인보다 훨씬 적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법인은 세후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등을 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주택자인 경우 법인이 개인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러한 단순 절세를 목적으로 한 법인이 많이 생겨나면 부동산시장 교란 등 사회적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현장 실사 나올 때 미리 연락”
이처럼 구로공단에 엄연한 불법이 횡행하고 있지만 구로구청은 단속은 커녕 해당 법인 주소만 확인한 뒤 세금을 감면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구로공단이 구청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구청 관계자는 “법인이 공단 내 주소지에만 있다면 세 감면 혜택을 준다”며 “다만 위법사항이 있다면 추후 적발 시에는 감면받은 세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에서는 구로공단 내 유령법인 적발 등의 단속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장 실사 등 단속(적발시 퇴거조치)은 한국산업단지공단(키콕스) 서울지역본부 입주지원팀이 맡고 있다. 문제는 단속을 전담하는 곳이 아닌데다 인원은 8명뿐이다. 이들이 입주사 1만1593곳(2019년12월 기준)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키콕스는 작년 지식산업센터에서 컨설팅업을 운영해 퇴거 조치한 모 업체도 신고에 의한 적발이었다.
현장 조사를 하더라도 적발은 쉽지 않다. 비상주법인 설립 대행사인 브로커들이 실사 일정을 파악, 법인이 실존하는 것처럼 꾸며 놓기 때문이다. 한 비상주법인 대행 브로커는 “공단이 현장 실사를 나올 땐 미리 연락해 일정을 잡는 게 일반적이고, 보통 신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법 비상주법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사 일정을 미리 알려주면 우리가 알아서 세팅해 놓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키콕스 관계자는 “산업집적법에 따라 산업단지 입주부터 퇴거까지 일련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법을 위반한 사례들은 신고센터 및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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