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충전 쓰면 휴대폰 배터리에 벌어지는 일
(지디넷코리아=김우용 기자)휴대폰 고속충전기가 인기다. 이제 사용자들은 배터리 사용시간에 주목하며, 이는 고속 충전기의 유행을 이끌었다. 한편으로 고속충전기 사용이 휴대폰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미국 씨넷은 고속충전기 사용이 휴대폰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고속 충전 자체가 휴대폰 배터리의 수명을 줄이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랜 휴대폰 사용자의 우려였던 과충전 문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오히려 배터리 수명을 줄이는 요인은 방전과 고온 상태라고 조언한다.
■ 휴대폰 배터리 자체의 개선은 당분간 없다
휴대폰과 대부분의 개인용 전자기기, 전기차는 리튬이온 충전지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그동안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이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제조기술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휴대폰 제조사는 전력을 덜 사용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더 효율적인 충전을 관리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휴대폰 관련 배터리 기술은 배터리회사의 집중분야가 아니다. 현재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기술 개발은 자동차, 인공위성, 가정용 전력시스템 등에 치우쳐있다.
휴대폰 배터리 개선은 그 크기 때문에 더 개선되기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휴대폰 전력은 분단위를 충전하는 용량을 갖는다. 테슬라3의 배터리 용량은 아이폰11프로맥스보다 4천배 크다.
휴대폰 배터리는 밀리암페어시(mAh)로 표시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와트시(Wh)로 측정된다. 셰보레볼트가 1만8천400Wh 배터리를 가지며, 테슬라 모델3는 6만2천Wh 배터리를 갖는다. 반면, 픽셀4의 배터리는 2천800mAh(10.6Wh), 아이폰11프로맥스 배터리는 3천969mAh(15.04Wh)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전압을 높이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이 스트레스는 최종 20%를 충전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전기차 제조사는 새 배터리를 80%까지만 충전한다.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고전압 스트레스를 피하면서도 충분한 운행거리를 보장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배터리의 전체 수명을 두배로 늘려준다.
휴대폰 배터리가 더 커지면 한번 충전에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100%로 완전히 충전했을 때 그렇다. 충전기에 연결한 상태로 두면 배터리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이는 충전에 필요한 고전압을 유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 고속충전과 배터리 수명은 관련 없다
일반적인 휴대폰 충전기는 5와트나 10와트 정도의 출력을 갖는다. 고속충전기는 8배 이상까지 출력을 늘릴 수 있다. 아이폰11프로와 프로맥스는 현재 18와트 고속충전기를 제공하고, 갤럭시노트10과 노트10플러스는 25와트 고속충전기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45와트 고속충전기를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기도 하다.
고속충전기 사용이 휴대폰 배터리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주진 않는다.
고속 충전은 2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처음 10분, 15분 혹은 30분 동안 50~70%까지 전력을 충전한다. 첫 단계 중 배터리는 수명에 악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45와트 충전기 사용시 방전 상태에서 70% 충전까지 30분 걸린다고 설명한다. 애플은 아이폰11프로를 50% 충전하는데 고속충전기로 30분 걸린다고 한다.
두번째 단계에서 휴대폰은 충전속도를 늦춘다. 70~80% 충전된 이후 충전 속도를 줄이거나 배터리를 손상시킬 수 있는 충전 절차를 관리한다.
아이픽스잇의 아서 시 엔지니어는 배터리를 스펀지로 비유한다. 완전히 마른 스펀지는 처음 물에 닿을 때 빠르게 수분을 흡수한다. 배터리 고속 충전 단계도 이와 같다.
스펀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적은 물을 흡수한다. 흡수되지 못한 물은 물방울로 스펀지 표면에 맺힌다. 배터리의 경우 충전되지 못한 잔여 전력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휴대폰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단계별로 충전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그 충격은 최소화된다. 완충을 앞둔 휴대폰이 100%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10분 이상 걸리는 것인지 이것으로 설명된다.
■ 휴대폰 배터리 과충전은 불가능
많은 휴대폰 사용자가 과충전을 걱정한다. 완충된 휴대폰을 계속 충전기에 연결해두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과열에 따른 화재도 걱정거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100% 충전되면 공급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100% 충전을 하려 할 때 배터리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가 새 배터리를 80%까지만 충전하게 제한하는 그 이유다. 애플은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iOS 13에서 장시간 손상없이 아이폰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iOS13 설정의 배터리 메뉴에서 '최적화된 배터리 충전' 기능을 활성화하면, 사용자의 충전 패턴을 학습한다. 사용자가 자는 시간 혹은 하루종일 아이폰을 충전기에 연결한다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게 제한했다가 휴대폰 플러그를 빼는 통상적인 시점에 맞춰 100%까지 충전한다.
■ 배터리를 방전시키지 마라
과거엔 휴대폰의 배터리 상태를 초기화하기 위해 완전히 방전시키기도 했다. 배터리를 방전시키면 충전가능한 용량이 초기화돼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방법은 최신 휴대폰 배터리에선 크게 상관없는 얘기다.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것은 화학적인 반작용을 야기해 배터리의 수명을 더 짧게 만들 수 있다. 완전한 방전을 피하기 위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일정 수준 아래로 전력량이 줄어들 경우 안정화 기능을 가동한다.
만약 배터리 수명을 더 늘리려 한다면, 30% 아래로 내려갔을 때 휴대폰을 전원에 연결하는 게 좋다.
■ 고온 상태에 두지 마라
열은 배터리의 진정한 적이다. 높은 온도는 배터리의 전체 수명을 갉아먹는다.
강한 태양빛에서 휴대폰을 멀리 두는게 좋다. 창가나 차량 계기판에서 멀리 휴대폰을 둬야 배터리에 미치는 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휴대폰 배터리는 폭발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은 배터리의 효율성을 감소시킨다.
김우용 기자(yong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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