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국방부-서울시 “GBC 일단 착공”… 내년초 공사 시작
“260m 짓기 전 문제해결” 합의… 서울시, 건축허가 의견조회 진행
현대차-국방부 서명하면 허가 방침
현대자동차와 국방부,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에 조건부로 합의했다. 당초 국내 최고 높이인 569m로 설계된 GBC를 일단 짓기 시작해놓고 건물이 절반 정도(260m) 지어질 때까지는 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GBC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현대차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번 주에 ‘GBC 건축물과 기타 크레인 등 구조물의 높이가 260m에 도달하기 전까지 현대차 가 공군의 작전 제한 사항을 해소해 줄 것이며, 만약 해소방안에 합의를 못 하면 공사 중단 및 복구, 건축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이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을 주고 한국전력으로부터 터를 인수하고도 GBC를 짓지 못했던 건 국내 최고인 높이 때문이었다. 건축물 때문에 인근 공군 부대의 작전과 헬기 이동 등에 제한이 생긴다고 군은 반대했다. 높은 건물이 햇빛을 가려 그림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GBC가 하늘을 가려 발생하는 차폐현상 때문에 공군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GBC가 항공기 이동에 필요한 각종 항로 정보를 제공하는 군 시설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국방부와 공군은 현대차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로 교체할 비용을 요구해왔다.
서울시는 당초 현대차와 공군이 먼저 합의해야 사업을 허가해주겠다고 했다가 올해 초 정부가 GBC 사업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입장을 바꿨다. GBC가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본 것이다. 서울시는 현대차와 함께 6월부터 국방부에 “군 작전에 방해가 되는 높이에 도달하기 전까지 방해 요소를 해결할 테니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도 내부 검토와 용역 보고서 등을 통해 조건부로 합의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절반까지만 건축을 허가하고 나중에 협상하자는 합의는 이례적”이라면서도 “GBC가 260m까지 건축되는 데 약 3, 4년이 걸릴 것이니 이 기간에 합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현대차는 현대차가 새로운 레이더 구매 비용을 대거나 중고 레이더를 사는 대신 운영비용을 지원하는 2가지 방안을 놓고 조율하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 부서 및 기관들에 건축 허가를 위한 의견 조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와 국방부가 합의서에 서명하면 신속히 건축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다만 건축 허가를 받더라도 굴토·구조심의 등에 1, 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초에나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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