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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베이·4베이 평면 원조는 어디?

3베이·4베이 평면 원조는 어디?

대구지역 '빅3' 건설사였던 청구

수도권 공략 위해 新평면 만들어

이매청구 무지개청구, 매화마을청구···.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가면 유난히 ‘청구’가 이름에 들어간 아파트가 많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뒤 재기를 노렸지만 2010년 결국 청산된 건설사, 청구가 지은 아파트들입니다. 대구·경북 기반의 건설사 청구는 우방, 보성과 더불어 대구 ‘빅(BIG)3’ 건설사로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1기 신도시 바람이 불면서 분당을 비롯해 평촌, 중동, 산본 등 수도권까지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여파로 마침내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외환위기에 사세가 기울었던 우방과 보성은 각각 SM그룹과 한양에 인수돼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청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청구는 사라졌지만 청구가 남긴 아파트들은 전국에 건재합니다. 대중들에게는 청구가 여전히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청구가 남긴 ‘익숙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베이(bay)’라는 평면 개념입니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3베이’나 ‘4베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의미와 유래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어떤 이들은 방 개수를 뜻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베란다 숫자를 말한다고도 합니다. 근접하긴 하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베이란 한 마디로 남향인 방의 개수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23일 인천시 서구 가정동에서 1순위 청약을 실시한 ‘루원시티2차 SK 리더스뷰’ 84D타입의 평면도를 보면 전형적인 4베이 설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쪽을 향한 방을 세어보면 침실1과 침실2, 거실 그리고 안방까지 총 4개입니다. 만일 북쪽에 방이 몇 개 더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집은 4베이입니다. 평면도 상으로 남쪽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면, 통상 남향에 두는 거실 양옆에 방이 몇 개나 붙어있는지 세어보면 간단하게 아파트의 베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4베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대형 평형에서는 4.5베이나 5베이까지도 나오는 추세입니다. 베이 형태는 방이 한 방향에 몰려 있고 모두 베란다나 발코니를 갖고 있어 서비스 면적이 다른 평면에 비해 넓고 확장에도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남향 아파트 선호도 반영

가능한 모든 방 남쪽 배치

채광·확장 용이성 등 확보

끝방서 욕실간 거리 멀어져

안방 화장실 설치 트렌드로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베이는 아파트 분양에서 없어서는 안될 단어가 됐는데요, 이 평면을 처음으로 만든 원조가 바로 청구입니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수도권에 처음 진출한 청구는 대형 건설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평면을 고심합니다.

이유는 지방에서는 손꼽히는 건설사였지만 수도권에서는 인지도나 브랜드 선호도가 낮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베이 개념입니다. 남향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주거시장의 환경을 반영해 모든 방을 최대한 남향으로 배치, 채광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과거 평면대로라면 방 한 두 개는 채광이 안 좋은 곳이 나오기 마련이었지만, 3베이, 4베이에선 그럴 일이 사라집니다.

이러한 베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덩달아 새롭게 등장한 것이 또 있는데, 그게 바로 ‘안방 화장실’입니다. 과거에는 거실과 화장실을 서너 개의 방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가 흔했기 때문에 화장실 한 개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3베이나 4베이는 방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다 보니 맨 끝방에서는 화장실 가기가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안방에 화장실을 한 개 추가한 평면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는 1기 신도시 청약 수요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화장실이 2개 있는 아파트로 청구라는 이름은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비로소 각인됩니다.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청구는 건설업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평면은 지금도 남아 아파트 건설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역사에 남을 신흥 평면은 무엇이 될까요. 얼마나 편리하고 새로운 평면을 누가 개발해 낼지 기대됩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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