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상가주택의 비밀, 화장발은 영원하지 않더라
서울 중구 신당동 큰길에서 200여m 더 골목으로 들어와야 하는 곳에 멀리서도 눈길을 잡아끄는 건물이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지상 3층 상가 위로 마치 2층 단독주택이 올라앉은 듯 독특하다. 개성 넘치는 수익형 건물 설계로 정평이 난 홍만식 〈사진〉 리슈건축 대표의 손길이 닿은 상가주택 '모퉁이 빌딩'이다.
이 건물은 원래 평범한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그런데 3년 전 건축주는 자신의 집 바로 앞 블록까지 상권이 확장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살던 집을 수익형 건물로 개조하고 싶어서 홍 대표를 찾았다.
◇"상가주택 성패는 주택 수준에 달려"
"신당동은 동대문 패션타운이 가까워 의류 업체 사무실이나 1~2인 가구가 몰려 있습니다. 패션업 종사자들이 사용할 상가나 오피스 공간도 많이 찾는 편입니다."
건축주는 주변 여건을 감안해 상가와 오피스, 주택을 결합시킨 상가주택을 지으면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이곳이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이었지만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 지하철 2·6호선 신당역과 5·6호선 청구역이 멀지 않고 반경 1㎞ 안에 동대문 상권도 있었다.
홍 대표는 건축주와 머리를 맞댄 끝에 연면적 545㎡, 지상 5층 상가주택을 설계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상가, 지상 2~3층에는 소규모 오피스, 지상 4~5층은 건축주가 직접 거주할 주택을 넣기로 한 것. 건축주는 "디자인 종사자들이 입주할 확률이 높으니 건물 외관에서 세련된 인상을 풍길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홍 대표도 건축주에게 한 가지를 강조했다. "많은 건축주가 수익에만 집중한 나머지 겉만 화려하게 짓고 품질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상가와 주택 모두 제대로 지어야 경쟁력을 갖는다." 주택 부분은 준공 후 건물을 되팔거나 임대하는 경우라도 아파트나 단독주택보다 더 잘 지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상가주택은 이미 차고 넘친다. 상가 부분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결국 주택 수준이 상가주택 전체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건축주와 세입자 모두 고려한 특별한 설계
건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홍 대표는 외벽부터 내부 단열재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대부분 상가주택은 단열재를 하나로 통일해 쓴다. 모퉁이 빌딩은 달랐다. 주택과 상가 용도에 맞춰 단열재를 달리했다. 상가와 오피스 공간에는 냉난방기 가동으로 실내 온도가 빠르게 변하는 '내단열', 주택 부분에는 열 손실이 적은 '외단열'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각각 끌어올렸다. 디자인에 민감한 세입자가 직접 인테리어하기 수월하도록 상가와 오피스 부분 외벽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이색적인 외관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는 서울 신당동 ‘모퉁이빌딩’. 1~3층은 상가와 오피스로 임대하고 4~5층은 건축주가 직접 주택으로 쓰고 있다. /리슈건축사사무소 제공 |
이뿐만이 아니다. 건물 앞 블록까지 상권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동인구가 1층 상가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전면부를 투명 유리로 마감했다. 휴식 공간이 부족한 오피스 세입자를 위해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했다.
건축주가 거주할 주택은 단독주택에 사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가족실 한가운데에 툇마루를 만든 것이 눈에 띈다. 홍 대표는 이 공간을 외부 테라스와 연결했다. 툇마루에 앉아서도 동네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5층에는 건축주의 손주들을 위해 빌라나 아파트에 없는 다락(복층 공간)도 만들었다.
◇공사비 5% 더 들었지만 건물 가치 높아져
건축주는 상가주택 완공 이후 "거주와 수익, 두 토끼를 잡았다"며 만족해한다. 건축주가 실제 받아든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2017년 완공한 모퉁이 빌딩의 건축비는 총 11억원(설계·감리·세금 포함)이다. 3.3㎡(1평)당 580만원 수준이다. 저렴하게만 짓는다면 평당 500만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건축주는 건물의 지속성과 향후 가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편을 선택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었지만 일반적인 상가주택 공사비의 5%를 넘지 않았다.
현재 건축주의 임대수익률은 공사비 대비 약 12.5%다. 준공 전 평당 3200만원이었던 땅값은 현재 4500만원으로 치솟았다. 홍 대표는 "수익률에 급급해 주택 부분에 값싼 자재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사는 사람이 불편하면 결국 건축주의 수익도 떨어지게 된다"며 "발코니와 복층 같은 서비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당분간 상가주택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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