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보러 가기 좋은 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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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제공|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
[성호건의 전지적 토지관점]한 건축박람회에서 세미나를 진행할 때 청중드레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땅 보러 가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요?”
갑작스런 질문에 아무도 답변을 안 하고 있을 때 한 분이 자신 있게 말했다. “봄!”
그러자 바로 옆에서 더 자신 있게 “가을!”하고 외쳤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다 아닙니다. 땅을 수백 번은 보러 다닌 제 입장에서 봄과 가을은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일 뿐이고 땅 보러 가기 좋은 날은 아닙니다. 땅 보기 좋은 날은 여름과 겨울입니다. 자, 그럼 날씨는 어떤 날씨가 좋을까요?”
그러자 혹시나 또 틀릴까봐 아무도 말하지 않고 조용해졌다. 답은 바로 눈비가 내리치는 날이다. 밖에 나가기 안 좋은 날이 바로 땅을 보러 가야 하는 날이다.
양평의 땅. 한 겨울 눈 내린 다음 날 방문했더니 빨간 점선 부분 땅만 눈이 다 녹아 있었다. 제공|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
여기서 필자는 땅의 ‘최대가치’와 ‘최저가치’를 강조하려고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그 땅의 최대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배수가 잘 되는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어렵다. 배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맑은 날 괜찮아 보였던 진입로가 비가 많이 온 후 내려온 토사로 인해 진입 조차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계곡 낀 땅들은 더욱 염려스럽다. ‘와! 이렇게 맑은 날에도 계곡물이 많다니’ 하는 곳은 조금만 습해도 생활하기 힘들 정도다. 벌레는 또 왜 그렇게 많아지는지….
마찬가지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거나 땅이 얼었을 때 가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맑은 날에는 가볍게 오르던 경사도 눈이 쌓이면 자동차 바퀴가 헛돌아 심하게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땅을 사면서 최소한 현장에서 파악해야 하는 리스크가 바로 여름철 비와 겨울철 눈과 관련된 사항이다. 또한 문서상 남향이어도 북향보다 햇살이 안 드는 곳이 있듯이 등기나 토지대장 같은 문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직접 가봐야 안다.
땅 역시도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우 화려하고 매력적인 땅이 우리를 달콤함으로 현혹하지만 얼마후 뒤통수를 때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치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봐야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땅 역시 무장해제하고 본모습을 보여주는 시기를 골라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땅의 최저가치 상태를 보고도 나쁘지 않다면 선택해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땅을 보러 가지 않는다. 심지어 좀 덥거나 추워도 방문을 미룬다. 큰 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인데 즉흥적으로 땅의 최대가치만을 보고 판단을 끝낸다.
결론적으로 땅을 사러 갈 때는 한 번만 가지 말고 꼭 두 번 이상 가보기를 권한다. 비록 흙탕물이 좀 튀더라도, 눈길에 조금 미끄러지더라도 두 번은 보러 가는 부지런함을 갖자. 땅이 가장 좋은 모습일 때와 가장 나쁜 모습일 때를 모두 봐야 한다. 좋은 땅을 갖고 싶다면 특히 최저가치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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