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의 역설]아무리 억눌러도…시장에 풀리는 순간 '껑충'
2017~2019년 서울 분양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0% 오른 곳도
가격 통제 보다는 후분양 등 분양 방식 변화로 귀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분양가 누르면 뭐 하나요. 매물로 풀리는 순간 폭등합니다. 결국 매매 가격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청약 시장에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결과만 낳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4일부터 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분양된 아파트라도 시장에 풀리는 순간 시세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역설적으로 '로또'를 기대하는 투자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대부분의 현재 시세(분양권ㆍ입주권 매매가격 및 호가)는 당초 분양가 대비 최대 100% 안팎으로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변 시세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강북 로또'로 불리며 평균 50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마포구 염리동 염리3구역 재개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당시 주변 시세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분양돼 3만여명이 몰리는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전체 13개 주택형 가운데 9개 주택형에서 최고가점이 70점을 웃돌았고, 전체 평균 당첨자 가점 역시 60점을 넘기며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HUG의 분양가 심사 통과를 위해 전용 84㎡ 기준 1층은 5억8600만원의 낮은 분양가로, 11~15층 고층부는 10억원 안팎의 높은 분양가로 책정해 전체 평균 가격을 낮추는 '꼼수분양'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평형의 현재 시장가격은 최고가(10억원)을 기준으로도 2억~3억원 가량 올랐다. 지난 4월 말 이 단지 전용 84㎡(12층)는 12억5000만원에 매매됐고, 8억원에 분양된 전용 59㎡의 경우 이달 중순 9억5500만원에 팔렸다.
강동구 상일동 지역에서도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에 잇달아 아파트가 공급됐지만, 입주권과 분양권은 시장에 풀리자 마자 3억원 안팎 오르며 시장가를 따라잡았다. 전용 84㎡ 기준 6억2000만~6억9000만원에 분양된 신길동 신길센트럴자이의 현재 호가를 12억5000만원, 7억3000만~8억5000만원에 분양된 고덕아르테온의 호가는 11억~11억5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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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시기에 맞춰 시장에 풀리는 보류지 및 미계약분(조합원 현금청산) 가격 역시 당초 분양가에 비하면 큰 폭 상승한다. 2016년 10월 분양한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진행, 최근 조합원 미계약분과 보류지 등 2가구의 입찰에 나섰다. 매물로 나온 전용 59㎡ 14층은 11억원, 1층은 9억9000만원 수준에 등장했다. 각종 확장공사와 에어컨 옵션 등이 추가된 가격이지만, 당초 분양가인 5억7300만원, 5억1900만원 대비 2배 안팎의 가격이다.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분양된 단지 역시 시장에 풀리면서 '새 아파트 효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전용 84㎡ 기준 7억9000만~8억7000만원에 분양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조합원 입주권은 최근 9억38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호가도 비슷한 수준에 나와있다. 분양 초반 비싼 가격 탓에 미계약이 속출한 단지지만, 분양이 마무리 되자마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통제가 시장 안정 보다는 분양 방식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직전분양대비 분양가 상승이 제한되는 정책은 주변시세와 분양가간의 괴리 확대로 귀결된다"면서 "HUG가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은 정비사업이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제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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