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 강남이 다시?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반등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거래도 늘고 있다. 가라앉았던 분양 시장도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성공한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에는 작년보다 두 배가 많은 3만7000여 가구의 분양 아파트가 쏟아진다. 이 같은 흐름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전하는 본격 상승의 신호탄이 될지, 반짝 상승에 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강남 4구 아파트값, 7개월 만에 상승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강남권 아파트의 동시 반등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3일 밝혔다.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과 전국의 주요 고가 아파트 가격을 지수화한 KB 국민은행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의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일제히 오르고, 뜸하던 매매거래도 늘어나며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 시티' 단지를 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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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거래도 증가세다. 지난달 강남 4구에서만 아파트 매매거래가 전달보다 69~109% 증가했다.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 들어 가장 많은 3332건을 기록했다. 강북에서는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 전용 84㎡는 지난 4월 말 14억8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8월 초 거래가(14억6000만원)보다 2000만원 높았다. 비슷한 시기 팔린 노원구 상계주공 10단지 전용 59㎡(4억5000만원)와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 전용 41㎡(3억1000만원)도 지난해 기록한 최고 가격을 갈아치웠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되고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아 고꾸라졌던 강남권 아파트 값이 재건축 급매물이 소진되고 반등 기대감이 커지면서 꿈틀대고 있다"며 "강북 지역에서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이어지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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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도 전보다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금융결제원 청약 정보 시스템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45개 단지 중 69%인 31개 단지가 1·2순위 내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4월 순위 내 청약 마감률이 50% 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향상된 것이다. 일반 분양 평균 청약 경쟁률도 13.7대 1로, 지난 4월(11.5대 1)보다 소폭 늘었다. 서울과 경기도 과천·성남·위례·동탄, 세종, 부산, 대구 등 인기 지역에서 분양이 쏟아지면서 청약 열기가 달아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이달 전국서 3만7500여 가구 분양
올 상반기 마지막 장이 펼쳐지는 6월에는 전국에서 3만7500여 가구가 일반에게 분양된다. 지난해 6월(1만7156가구)의 2.2배로 공급량이 늘었다. 수도권에서만 전체의 56.7%를 차지하는 2만1311가구가 분양된다. 서울에서는 강남 재건축, 강북 재개발 아파트 물량이 풍성하다. 강남권 재건축으로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서초그랑자이'와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래미안 라클레시'가 분양한다.
강북에서는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중구 입정동 세운3구역 '힐스테이트 세운'뿐만 아니라 동작구 사당동 사당3구역 재건축 '이수 프리지오 더 프레티움',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9구역 재개발 'DMC금호리첸시아'도 시장에 선보인다.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인 위례신도시와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도 각각 호반써밋 송파1차, '과천푸르지오 벨라르테'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연초부터 일정이 지연된 단지가 많았고, 6월은 장마나 휴가 시즌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라 공급량이 많은 편"이라며 "이달 분양 결과가 하반기 주택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시장 불확실성 제거되자 수요자들 움직여"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이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시가격 발표로 보유세 계산이 끝났고, 3기 신도시 주택 공급 대책도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대기하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여전히 시중 유동자금이 많은 데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향후 몇 년 뒤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이슈가 마무리되고 득실 계산을 마친 이들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자'며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승 폭이 시장 전반으로 크게 확대되며 가격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시장이 달아오르려면 다량의 매물에 추격 매수세가 붙어야 하는데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등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힌 데다, 수요자들은 대출이 묶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정부 규제 기조가 여전한 데다 당분간 수도권 입주 물량도 많고, 경제성장 전망도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여서 집값이 바닥을 쳐도 다시 일어설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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