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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식당주인도 외국인… 안산에는 111개 나라가 있다

경찰도, 식당주인도 외국인… 안산에는 111개 나라가 있다

[뜬 곳, 뜨는 곳] 다문화마을특구 지정 10년… '작은 지구촌' 경기도 안산

미국에 간 한국인은 LA 한인타운을 찾는다. 한국에 온 외국인은 경기도 안산 원곡동을 찾는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안산 주민 그레이스 시미 아모스(40)는 "10여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아프리카 지인들이 하나같이 안산에 가라고 했다"며 "안산에서 각종 정보를 얻어 한국 사회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안산에 사는 콩고인 자떼 바지마 버지니아(45)는 "안산은 외국인 전용 은행, 외국인 동사무소 등 편리한 체계가 갖춰져 한국에 처음 왔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 원곡동 일대가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된 지 이달로 10년이 됐다. 5월 현재 111개국 시민이 안산에서 산다. 부룬디·아제르바이잔·기니비사우·토고·몰도바 출신도 있다. 안산 전체 주민 71만6000명 중 8만6780명이 외국인이다. 10년 전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약 12%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다. 거주 목적도 다양하다. 36% 정도인 3만명은 취업 비자로 거주한다. 이 외 유학이나 결혼 이민이 많다. 난민도 1499명 있다.

조선일보

지난 11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특별구역 거리가 주말을 맞아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음식점과 여러 상점 1384곳이 밀집한 이곳은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린다. 주말이면 수만명이 찾아와 물건을 사고 생활 정보를 공유한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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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4호선 안산역 맞은편인 원곡동은 '경기도의 이태원'이다. 업소 1384곳, 101가지 업종이 몰려 있다. 음식점이 가장 많다. 중국·인도네시아·네팔·인도·베트남·태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184개 음식점이 다문화 음식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주말이면 수만명이 찾는다. 캄보디아 식당을 하는 이유진(33·2010년 귀화)씨는 "외국인들은 고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 한국 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며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농업 비중이 70%이던 안산은 1976년 반월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공업 도시로 변모했다. 1992년 산업 연수생 제도,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유입됐다. 반월공단이 커지면서 맞은편 식당과 주택도 갈수록 늘어났다. 이곳이 원곡동 일대다. 지난 11일 오후 1시쯤 원곡동 거리는 오가는 외국인으로 북적였다. 한글 간판 대신 러시아어·베트남어·태국어·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쓰인 간판이 곳곳에 걸려 있다. 러시아 식당에 들어가 점원에게 "한국말을 하시느냐"고 했더니 알아듣지 못했다. 러시아말로만 대화가 가능한 정통 러시아 식당이었다. 인근 베트남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순찰하는 경찰도 현지어로 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출신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라 포마라(37·2003년 귀화) 경찰관은 "간단한 러시아어나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 위)지난 11일 안산 원곡동의 베트남인 전용 휴대폰 매장 앞에 차려진 휴식 공간에서 베트남인들이 모여 앉아 과일을 깎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지난 11일 원곡동 세계문화체험관을 찾은 한국 아이들(가운데)이 각국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옆에서 도와주는 이들은 나이지리아와 태국에서 온 외국인 강사들이다. (사진 오른쪽)경기 안산시가 2008년 원곡동 외국인 다문화 지원본부에 설치한 조형물. 외국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도와주겠다는 뜻을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로 표현했다. 높이 4m에 58개 나라 국기를 그려 넣었다. 2008년 당시 안산 거주 외국인의 국적이 58개였던 점을 고려했다. /고운호 기자·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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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은 외국인 관련 행정이 전국에서 가장 앞서 있다. 외국인 행정을 전담하는 외국인 주민지원본부가 2016년 문을 열었다. 외국인 전담 직원 32명이 일한다. 안산시, 고용노동부, 법무부 관련 행정 처리가 한자리에서 가능하다. 임금 체불, 산업 재해, 가정 생활을 상담해준다. 상담은 중국어·베트남어·네팔어·러시아어·파키스탄어·인도네시아어·필리핀어·스리랑카어 등 11개국 언어로 가능하다. 이곳에서 매달 4500건의 상담이 이뤄진다. 이 외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 세계문화체험관, 고려인문화센터 등도 있다.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는 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수업을 한다. 청소년 대상의 한국어 교육, 진학 지도 상담실 운영, 심리 정서 지원 사업을 한다.

거주 외국인으로 구성된 안산시 외국인 주민협의회도 활동한다. 외국인들이 안산에 살며 겪은 어려운 점을 듣고 안산시에 건의한다. 협회장인 칼리드 오베드(40·파키스탄)는 "안산은 한국 다문화 정책이 생기고 성숙하는 곳"이라고 했다. 방일춘 안산 중국동포연합회 회장은 "우리에게 안산은 제2의 고향과도 같다"며 "안산에 대한 애향심이 한국인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기념일인 '세계인의 날'이다. 주민 국적이 전국에서 제일 다양한 안산은 기념 축제를 크게 개최한다. 19일 기념행사에는 중국·태국·필리핀·러시아 등 국가별 전통 공연이 열린다. 세계 음식 체험 부스도 들어선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안산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도시"라며 "국제적 시각과 포용력이 살아 있는 정책으로 안산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안산=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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