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보수 판정 묵살하면 과태료 1,000만원
정부, 공동주택 하자 관련 ‘입주자 권리 강화’ 법제화 추진
입주자의 사전방문 점검·지적 사항 ‘조치 결과 확인서’도 의무화
‘하심위’ 판정은 법적 효력…하자 판정 기준·보장 기간 잘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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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 사는 유모씨(43)는 지난겨울 집 안에 발생한 결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창문마다 물방울이 맺혀 매일 창틀을 닦아야 했다. 그런데도 창틀에 곰팡이가 생겨 주기적으로 락스를 이용해 대청소까지 했다. 건설사 서비스센터에 하자 보수 신청을 했지만 관리 소홀 및 생활 하자라며 거부했다. 유씨는 “건설사에서는 실내 온도를 조금 낮추고 환기를 자주 하라고만 했다”며 “몇 억원짜리 집의 애프터서비스(AS)가 몇 만원짜리 물건보다 못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 아파트에서도 하자 보수 관련 분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부실 시공과 늑장 보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 입주자는 빠른 하자 보수를 요구하지만, 건설사 등 사업주체는 대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거나 ‘곧 처리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주체가 지금처럼 마냥 모른 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동주택의 입주 전 사전방문 점검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등 하자 보수 관련 입주자 권리 보호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 새집에 하자 있다면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하자 대처 및 점검요령’을 보면 주택 하자는 공사상 잘못으로 균열·침하·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해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안전상·기능상·미관상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을 뜻한다. 하자는 구조체의 일부나 전부가 붕괴되는 ‘내력구조부별 하자’와 공사 실수에 따른 ‘시설공사별 하자’로 나뉘는데, 입주자가 하자 보수를 요구하면 사업주체는 15일 이내에 보수하거나 보수계획을 알려줘야 한다.
최근 아파트 하자 분쟁은 증가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분쟁 신고는 총 1만100건에 이른다. 2016년만 해도 3880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 4087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월에만 2133건의 하자 분쟁이 접수됐다. 하자 유형을 살펴보면 기능 불량이 2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결로(13.8%), 소음(9.7%), 균열(9.3%), 들뜸 및 탈락(8.4%), 오염 및 변색(7.4%) 등의 순이었다.
하심위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하자로 인한 입주자와 사업주체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설치된 국토부 산하 위원회다. 사업주체가 하자 사실을 부정하거나 보수를 거부할 때 입주민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심위다.
하심위에서 심사를 통해 하자로 판단했을 경우 사업주체는 판정서에 따라 최장 60일 이내에 하자를 보수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토부 장관이 건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들이 같은 하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하자 심사를 신청, 모두 하자로 인정받았을 경우 각각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하심위에 재판보다 간단한 절차로 분쟁을 해결해주는 분쟁조정 제도가 있다. 여기서 조정이 이뤄지면 강제집행이 가능한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새 아파트에 문제가 있는데 하자인지 하자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큰 하자는 대개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문제제기를 하지만, 일반 입주자들도 주요 하자의 점검요령을 알고 있는 게 좋다. 국토부가 고시한 하자 판정 기준을 보면 지붕 및 바닥, 외벽, 배관, 창호 등에서 물이 새어나오면 누수 관련 하자다. 또 벽체의 균열이 0.4㎜ 이상이거나 외부 창문이 없는 발코니 등 노출 천장에 미관상 0.3㎜ 이상 균열이 있을 때 콘크리트 하자로 본다. 조경은 가지의 3분의 2 이상이 고사됐거나 지지 상태가 부실해 나무가 쓰러졌다면 하자로 본다. 거실이나 침실별로 난방 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시공 하자인 사례가 많다.
각 시공별로 하자 보수를 보장하는 책임기간이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미장·도배·타일 공사 등은 하자 담보 기간이 2년이지만 냉난방·배관·급수·위생기구 설비공사 등은 3년이다. 옹벽이나 철골, 지붕, 방수 등은 사업주체가 5년간 하자 보수를 책임진다.
■ 입주민 권리 보호 확대된다
경기 화성시의 ㄱ아파트는 입주를 앞두고 9만여건의 하자가 접수됐다. 부산의 ㄴ아파트에서 부실시공을 이유로 전체 가구 중 3분의 2가 입주를 포기하는 등 새 아파트의 하자 분쟁은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던 입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입주민의 권리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자 관리체계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국토부가 고시하는 하자 판정 기준에 법원 판례 등을 반영하기로 했다. 그간 같은 사안이라도 국토부와 법원의 기준이 달랐는데 하자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간혹 법원보다 하심위의 하자 판정기준이 좁아 비용 부담이 큰데도 소송 제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번 판정기준 개선은 입주민의 권리 보호를 넓히기 위해 하자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법원 판례 내용을 포함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사전방문 점검과 입주자 지적사항에 대한 사업주체의 조치 결과 확인서 등도 의무화될 전망이다. 통상 사전방문 점검은 입주 1~2개월 전 실시되지만, 사실상 법적 근거 없이 이뤄져왔다. 사전방문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공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 정도로만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입주 전 하자를 지적해도 사업주체가 보수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던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주체가 하자를 어떻게 조치했는지 입주민에게 안내하는 확인서도 제도화할 것”이라며 “입주민이 사전방문할 때 꼭 챙겨봐야 할 항목 목록도 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을 올 상반기 중 발의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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