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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오르면 임대료 상승?'…조세전가 우려에 자영업자 '시름'

'공시가 오르면 임대료 상승?'…조세전가 우려에 자영업자 '시름'

명동 공시지가 2배↑…비싼 상권 임대료 인상 '불가피'

건물주 공시가 인상 稅부담 임차인에 떠넘길 가능성↑

전문가 "상가임대차보호법 사각지대 실태 파악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임대문의 글이 게시된 빈 상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0(기준치 100)으로 전월보다 3.5포인트 하락했으며 지난해 2월(93.9) 이후 약 1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8.11.28.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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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건물주가 공시가 상승을 이유로 월세를 올린다는 등 임대료 얘기를 할까봐 걱정돼요. 상인들 시름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인근 골목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모(56·여)씨는 공시가 인상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공시가 인상 얘기를 한다"며 화부터 냈다.

한씨는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면 세입자 입장에서 별다른 도리가 없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정책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지만 인상폭이나 속도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결국 세입자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올해 부동산 관련 세(稅) 부담 증가가 예고되면서 부동산 소유주가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등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그에 따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면서 애꿎은 세입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적정가격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고가 주택이나 토지의 공시지가가 시세와 차이가 커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가격이 많이 뛴 고가주택이나 토지일수록 공시지가 및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낮아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시지가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따라 명동과 강남, 홍대앞 등 '서울 3대 상권'의 공시지가가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올해 표준지 예정 공시지가 열람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169㎡) 땅값은 ㎡당 지난해 9130만원에서 올해는 두배가 넘는 1억8300만원으로 오른다. 이 땅의 2017∼2018년 상승률은 6.2%였다.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 역시 공시지가가 ㎡당 8860만원에서 1억775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른다. 중구 퇴계로의 의류매장 '유니클로' 부지는 ㎡당 8720만 원에서 1억 7450만 원으로, 100.1% 상승한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의 강남구 삼성동 GBC용지는 ㎡당 4000만원에서 5670만원,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몰 부지는 4400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상승한다.

공시가 인상으로 임대료가 오른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홍대에서 옷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38, 여)씨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오른다면 자영업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15년째 음식점을 운영중인 장모(48)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임대료까지 오르면 진짜 힘들다"며 "건물주가 월세를 올린다고 하면 임차인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폭을 연간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 등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상한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실제 명동 등 비싼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서는 계약기간 10년을 보호받는 임차인이 별로 없다.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자칫 임차인에게 임대료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공시지가가 치솟은 명동 등 서울 일부지역에서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 부담 증가를 핑계로 임대료를 올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 임차인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는 조세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선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각지대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뒤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세율을 낮추거나, 환산보증금의 기준을 높이는 방법도 임차인 보호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양자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타당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최고 9억원까지 높이는 등 상가임대차 보호 대상을 확대한다.

법무부는 이날 상가임대차 보호법으로 보호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최고 9억원까지 높이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은 서울 지역은 현재의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부산과 과밀억제권역은 5억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상향된다.

법무부는 환산보증금 기준액 상향에 따라 주요 상권 상가임차인의 95% 이상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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