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넓은 집 쓸래"…주거 대안 '셰어하우스' 20~30대 중심 확산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양새롬 기자 =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집세를 나누어 내며 한 집에서 생활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문화가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여전히 남과 함께 같은 집에서 지낸다는 데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지만, 하늘을 찌르는 대도시의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셰어하우스는 불가피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A(31)씨는 어느덧 셰어하우스 생활 3년차다. 그는 서울 관악구의 투룸에서 함께 지낼 하우스메이트를 찾고 있다.
A씨는 "취업 뒤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 필요가 있어 회사 동료와 함께 살다가 동료가 결혼을 하게 돼 새 식구를 구하고 있다"며 "주로 인터넷 방 구하기 커뮤니티나 인근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집을 구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원룸을 알아보게 되는데, 사생활은 보장되지만 주방과 침실이 한 곳에 있어 음식 냄새도 신경쓰이고 면적이 좁아 답답하기도 하다"면서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되고 보증금도 나누어 낼 수 있는 하우스 셰어를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박모(30)씨도 지방에 있는 직장에 다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셰어하우스족(族)이 된 경우다. 박씨는 학교 인근의 아파트에서 또래 직장인 2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운동도 하고 싶고 큰 빨래도 척척 널며 지내고 싶은데 혼자서는 대학 시절 하숙방처럼 좁은 원룸을 얻을 수밖에 없어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주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작했고 넓은 집에 만족하지만 박씨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 어울려 사니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냉장고의 칸을 나누거나, 식재료나 생필풍 등에 일일이 표시를 해 따로 쓰자는 이가 있는 반면 '같이 사니 한 식구'라는 생각으로 집안일이나 물건에 대한 경계가 흐린 사람들도 있다"며 "비누나 휴지, 세제 등을 사지 않고 같이 쓰기만 하는 하우스메이트 때문에 속이 끓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어려움이나, 공동체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대학 차원에서 셰어하우스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모두의 아파트' 라는 이름의 공동주거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 8명이 138.6㎡(약 42평) 크기의 아파트에 각자 보증금 300만원과 월세 20만원을 내고 함께 사는 프로젝트다.
총학생회 측은 1단계로 학교 인근에 각각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이루어진 2가구를 입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학은 우선 공동체 생활에 열의가 있고 협조적인 지원자들을 선발하고 자체 생활규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주무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단순히 기숙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거빈곤과 파편화된 대학생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가 성공하면 도시공사나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20채 이상으로 규모를 늘리고 싶다"며 "자리를 잡으면 입주자 회의 등의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요가 늘면서 임대인들도 공동 생활에 적합하게 기존 건축물을 개조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인근에 대학과 어학원이 많아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들이나 영어강사들이 모여서 집을 얻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대인들도 기존에 여러 개의 독립된 방으로 나뉘어 있던 구조를 서양식 스튜디오나 플랫형으로 개조하거나, 가구를 완비한 풀 퍼니시드(full-furnished) 형태로 만들어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출신으로 신촌 모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 B씨는 이렇게 개조한 건물 지하층에서 다른 외국인 4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월세가 저렴한 편도 아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지하에서 지내는 이유에 대해 B씨는 "친구들을 불러 간단한 파티를 자주 여는 문화에 익숙한데,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넓은 방과 좋은 가구를 쓰면서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집을 나누어 지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계약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셰어하우스 세입자들은 고액의 보증금을 분담하지만 대개는 각자가 임대인과 정식 계약을 하지 않는다.
일명 호스트(host)가 임차인 계약을 한 뒤 비공식적으로 나머지 세입자들에게 일부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악용한 사기 범죄도 등장했다. 지난달 서울 구로경찰서는 월세 아파트를 전세계약을 맺은 것처럼 속여 공동 세입자를 모집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구모(33·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널리 알려진 부동산 직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전세 계약을 맺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보증금을 분담해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며 피해자 6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까지도 구씨의 주거지에는 구씨의 범행을 알지 못한 채 공동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득이 낮은 직장인 여성이나 대학생들이 주거비용으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낮은 보증금으로 유혹한 사례"라며 "계약시 집주인을 직접 만나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padeok@
우리나라 정서상 여전히 남과 함께 같은 집에서 지낸다는 데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지만, 하늘을 찌르는 대도시의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셰어하우스는 불가피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A(31)씨는 어느덧 셰어하우스 생활 3년차다. 그는 서울 관악구의 투룸에서 함께 지낼 하우스메이트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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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의 한 주택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 시즌2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주거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셰어 하우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스타뉴스/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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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취업 뒤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 필요가 있어 회사 동료와 함께 살다가 동료가 결혼을 하게 돼 새 식구를 구하고 있다"며 "주로 인터넷 방 구하기 커뮤니티나 인근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집을 구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원룸을 알아보게 되는데, 사생활은 보장되지만 주방과 침실이 한 곳에 있어 음식 냄새도 신경쓰이고 면적이 좁아 답답하기도 하다"면서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되고 보증금도 나누어 낼 수 있는 하우스 셰어를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박모(30)씨도 지방에 있는 직장에 다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셰어하우스족(族)이 된 경우다. 박씨는 학교 인근의 아파트에서 또래 직장인 2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운동도 하고 싶고 큰 빨래도 척척 널며 지내고 싶은데 혼자서는 대학 시절 하숙방처럼 좁은 원룸을 얻을 수밖에 없어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주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작했고 넓은 집에 만족하지만 박씨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 어울려 사니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냉장고의 칸을 나누거나, 식재료나 생필풍 등에 일일이 표시를 해 따로 쓰자는 이가 있는 반면 '같이 사니 한 식구'라는 생각으로 집안일이나 물건에 대한 경계가 흐린 사람들도 있다"며 "비누나 휴지, 세제 등을 사지 않고 같이 쓰기만 하는 하우스메이트 때문에 속이 끓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어려움이나, 공동체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대학 차원에서 셰어하우스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모두의 아파트' 라는 이름의 공동주거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 8명이 138.6㎡(약 42평) 크기의 아파트에 각자 보증금 300만원과 월세 20만원을 내고 함께 사는 프로젝트다.
총학생회 측은 1단계로 학교 인근에 각각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이루어진 2가구를 입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학은 우선 공동체 생활에 열의가 있고 협조적인 지원자들을 선발하고 자체 생활규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주무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단순히 기숙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거빈곤과 파편화된 대학생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가 성공하면 도시공사나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20채 이상으로 규모를 늘리고 싶다"며 "자리를 잡으면 입주자 회의 등의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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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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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늘면서 임대인들도 공동 생활에 적합하게 기존 건축물을 개조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인근에 대학과 어학원이 많아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들이나 영어강사들이 모여서 집을 얻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대인들도 기존에 여러 개의 독립된 방으로 나뉘어 있던 구조를 서양식 스튜디오나 플랫형으로 개조하거나, 가구를 완비한 풀 퍼니시드(full-furnished) 형태로 만들어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출신으로 신촌 모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 B씨는 이렇게 개조한 건물 지하층에서 다른 외국인 4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월세가 저렴한 편도 아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지하에서 지내는 이유에 대해 B씨는 "친구들을 불러 간단한 파티를 자주 여는 문화에 익숙한데,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넓은 방과 좋은 가구를 쓰면서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집을 나누어 지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계약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셰어하우스 세입자들은 고액의 보증금을 분담하지만 대개는 각자가 임대인과 정식 계약을 하지 않는다.
일명 호스트(host)가 임차인 계약을 한 뒤 비공식적으로 나머지 세입자들에게 일부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악용한 사기 범죄도 등장했다. 지난달 서울 구로경찰서는 월세 아파트를 전세계약을 맺은 것처럼 속여 공동 세입자를 모집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구모(33·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널리 알려진 부동산 직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전세 계약을 맺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보증금을 분담해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며 피해자 6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까지도 구씨의 주거지에는 구씨의 범행을 알지 못한 채 공동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득이 낮은 직장인 여성이나 대학생들이 주거비용으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낮은 보증금으로 유혹한 사례"라며 "계약시 집주인을 직접 만나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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