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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아파트’의 잇단 계약포기 미스터리

‘로또아파트’의 잇단 계약포기 미스터리


과천 푸르지오써밋 미계약 속출

감당 힘든 실수요자들 청약방치

부자들의 손쉬운 ‘이삭줍기’로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로또 아파트’라 불렸던 청약 단지에서 대거 미계약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청약 자격을 제한하기만 했지,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 미계약 분양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써밋 갤러리에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미계약 잔여물량을 재분양했다. 이날 나온 물량은 총 128가구로 전체 일반분양물량 575가구의 22%에 달한다. 인기가 가장 높은 전용 84㎡는 전체 물량 318가구 중 30%가 넘는 100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다. 예비당첨자를 당첨자의 40%나 확보해뒀음에도 부족했다.

헤럴드경제

대우건설은 지난 7일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미계약 잔여물량을 재분양했다. 이날 나온 물량은 총 128가구로 전체 일반분양물량 575가구의 22%에 달한다. 인기가 가장 높은 전용 84㎡는 전체 물량 318가구 중 30%가 넘는 100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다. 사진은 과천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 전경



대우건설 측은 “청약 자격 요건이나 중도금 대출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접수한 이가 상당수 있었고, 배정된 동호수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투기과열지구인 과천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청약 요건이 까다롭다. 물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84㎡ 이하는 100% 가점제 대상이기 때문에 유주택자는 배제된다. 또 과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청약통장 가입 2년 이상의 세대주만 당해지역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세대원이 최근 5년 이내에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적이 있어도 신청이 제한된다.

설령 당첨됐더라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전용 84㎡ 이상 크기는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체 자금 조달 수단이 없다.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는 애초에 청약을 하면 안되는 곳이다. 당첨자들이 자격이 안돼 당첨 취소되거나 계약을 포기하면 1년 이상 청약자격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인기 아파트에 당첨된 후 대거 미계약 사태가 발생한 건 비단 이 단지만이 아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으로 주변 시세보다 싼 값에 분양했다는 소문이 난 아파트들은 줄곧 무더기 미계약 물량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제한으로 청약 열기가 과열돼 ‘묻지마 청약’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청약 제도까지 대거 개편되면서 이같은 상황이 빚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공급은 인터넷으로 청약을 접수하니 편리하기는 하지만 수요자가 스스로 청약 자격을 점검해야 해 잘못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만간 특별공급도 인터넷 접수가 시행되는데 부적격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은 미계약 물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지난해까지는 ‘내집마련 신청’이라는 것을 자체적인 제도로 두고 있었다. 각 건설사가 청약 접수를 한 사람이나, 일정액을 예치한 사람 등에 한해 미계약 물량을 당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이다. 미계약 물량을 별 제한없이 분양할 경우 밤샘 줄서기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업계에서 나름대로 마련한 질서였다.

그러나 건설사가 과도한 예치금을 받거나 부동산 투기업자가 여러건의 신청을 접수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이를 금지하면서 그마저 있던 질서가 아예 없어졌다. 국토부는 예비당첨비율을 40%로 올리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과천 푸르지오 써밋처럼 40%로 올려도 미계약분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질서가 사라진 미계약분 분양 시장에는 투기업자가 판친다는 의혹이 돌고 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시간 내에 입장한 사람에게 이렇다할 신분이나 자격 조회 없이 모두 당첨 기회를 줬다. 사람을 많이 동원해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학생이 당첨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첨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당첨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 제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첨을 받은 그 자리에서 웃돈을 받고 파는 일이 가능한 셈이다. 과천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데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신분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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