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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철쭉, 단풍, 설경.. 사철 변신하는 대간의 중추 소백산

 신록, 철쭉, 단풍, 설경.. 사철 변신하는 대간의 중추 소백산


 신록, 철쭉, 단풍, 설경… 사철 변신하는 대간의 중추
올 가을 연화봉에 대피소 조성… 밤하늘 조망의 기회 주어져




글·한필석 편집장 |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월간산





↑ [월간산]철쭉꽃으로 단장한 소백산릉이 석양빛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소백산은 봄의 철쭉과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으로 사철 새 풍광을 자아낸다. '소백산의 봄'_심달영

↑ [월간산]철쭉꽃으로 단장한 소백산릉이 석양빛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소백산은 봄의 철쭉과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으로 사철 새 풍광을 자아낸다. '소백산의 봄'_심달영

소백산(小白山·1,439.5m)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산줄기다. 백두산에서 남하해 금강산을 지나 동해안 따라 설악, 오대, 두타산으로 뻗어 내려온 대간은 태백 땅에 들어서면서 방향을 남서향으로 틀어 함백산과 태백산으로 이어진다. 이후 속리산과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내륙 한복판을 가르며 뻗어나가는 대간의 중추적 위치에 자리한 산줄기가 바로 소백산이다.

소백산은 '小白'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산이라 생각되지만 덩치가 크고 높고 길다. 그러면서 부드럽고 순하다. 소백을 대표하는 연화봉(蓮花峰·1,376.9m)~비로봉(毘盧峰·1,439.5m)~~국망봉(國望峰·1,420.8m) 능선은 마치 누렁소의 등을 바라보는 듯 편안하고 넉넉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동서남북 사위가 완벽하게 터져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리산 세석평전, 덕유산 덕유평전 등 주릉 상에 평원을 갖춘 국립공원이 몇 되지만 산세가 두루뭉술하다는 표현이 소백산만큼 잘 어울리는 산은 없다.

하지만 죽령 남쪽은 북쪽의 유순한 산세와 전혀 다른 산세를 보여 준다. 연화봉~비로봉~국망봉 줄기에 비해 산릉이 좁다. 반면 산행과 조망의 묘미는 더하다. 죽령을 지나 내내 지속되는 숲길은 삼형제봉에 올라서면 사위가 터지면서 영주와 단양 일원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도솔봉(兜率峰·1,314.2m)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연화봉이 불러대는 듯 가까이 바라보인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멀리 저수령 너머 황장산(黃腸山·1,07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산릉은 부드럽되 옆모습은 당차고 웅장하다. 영주 들녘이나 남한강변에서 우뚝 솟구쳐 오른 탓이기도 하지만 주릉 양옆으로 지릉을 여럿 흘리고 그 사이사이 파인 후미진 골짜기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골짜기는 하나하나 원시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자연미가 넘치고 깊되 거칠지 않다. 천동계곡, 어의계곡, 벌바위골, 석천폭포골, 월전계곡 등 국망봉에서 남서향으로 뻗은 주릉 양쪽으로 깊이 파인 골짜기들은 물줄기 옆으로 탐승로가 닦여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원시적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 [월간산]비로봉에서 국망봉을 바라본다. 짙푸른 산릉과 낮게 깔린 구름…, 그 사이로 새 세상이 열려 있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_유태영

↑ [월간산]비로봉에서 국망봉을 바라본다. 짙푸른 산릉과 낮게 깔린 구름…, 그 사이로 새 세상이 열려 있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_유태영

옛 이야기가 흐르는 골짜기도 있다. 국망봉 기슭에서 발원되는 죽계구곡(竹溪九曲)은 고려 경기체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죽계별곡(竹溪別曲)'의 배경이기도 하다. 조선 중기 때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1495~1554)이 유람하고 <유산록(遊山錄)>을 남겼다 전하고,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년)은 죽계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골짜기 아홉 명소마다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전한다.

소백산은 이런 자연풍광을 갖춘 덕분인지 예로부터 자연을 탐하러 들어선 이가 여럿이다. 주세붕이 소백산 입산의 역사를 대표하는 첫 번째 인물이라면, 이황은 두 번째 인물이다. 전설 같은 얘기지만 두 사람에 앞서 소백산을 오른 이는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였다. 마의태자는 고려에 항복을 거부하고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소백산에 들러 경주 쪽을 바라보며 슬피 울었다 전해진다. 그 장소가 바로 나라를 바라본다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봉우리인 국망봉(國望峰)인 것이다.


철쭉 명소는 연화봉·국망봉 일원… 5월 말 전후 열흘간 만개

소백은 사계절 다른 풍광을 자아낸다. 봄철 산기슭 사과밭에서 피어나기 시작된 신록은 점차 골짜기를 파고들어 산릉을 향해 오르는 사이 노랑제비꽃, 노루오줌, 큰앵초 등 수많은 야생화들이 연이어 피어나 늘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와 더불어 비로봉 서릉 기슭 한쪽에 수령 200~500년생 주목 1,500여 그루의 주목이 자생해 독특한 풍광을 지아낸다. 이 일대는 1970년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 보호 관리되고 있다.



↑ [월간산]산릉이 누런 빛깔로 변해갈 즈음 소백의 골짜기들은 화려하게 변신한다. 그게 가을이다. '추곡'_김기운

↑ [월간산]산릉이 누런 빛깔로 변해갈 즈음 소백의 골짜기들은 화려하게 변신한다. 그게 가을이다. '추곡'_김기운

소백산을 대표하는 풍광은 역시 철쭉꽃이다. 이미 460여 년 전 퇴계는 산릉을 따라 8, 9리 길이로 이어지는 철쭉 풍광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석름(石凜), 자개(紫蓋), 국망 세 봉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는 8, 9리 사이 철쭉 숲길이 마치 비단 장막 사이를 거니는 듯하고, 축융(祝融)의 잔치에서 취한 것 같기도 하다"며 "봉우리 위에서 술 석 잔 마시고 시 일곱 장(章) 지으니, 해가 벌써 기울었다"고 소백산 철쭉꽃에 흠뻑 취했던 당시의 정경을 전했다.

만약 퇴계가 비로봉을 넘어 연화봉에 다가섰더라면 더욱 감탄스런 글을 남겼으리라. 소백의 철쭉 풍광은 연화봉 일원을 최고로 친다. 산등성이 곳곳에 무리지어 자라는 철쭉군락이 꽃을 피울 때면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올해 영주 쪽은 5월 23, 24일, 단양 쪽은 5월 27~30일 철쭉제를 개최한다. 철쭉은 대개 5월 말 전후 10일 동안 절정을 이룬다.


철쭉이 지고 6월 중순에 들어서면 산릉은 초원으로 덮여 다시 한 번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동의나물, 미나리아제비, 수리취, 범꼬리, 쥐오줌풀, 사위질빵 등, 온갖 야생화가 초원을 수놓으면서 또다시 천상화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소백은 겨울철도 가만히 숨죽여 지내지 않는다. 남서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형태상 소백은 겨울철이면 습기를 가득 머금은 북서풍을 그대로 받고, 그로 인해 산릉은 작은 돌무더기 하나까지도 눈에 묻힌다. 바윗덩이는 바윗덩이대로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눈꽃을 피우고, 주목은 주목대로, 철쭉은 철쭉대로 자신만의 눈꽃을 피워내 감탄케 한다. 그래서 소백은 산행객이 가장 많은 시기 역시 눈꽃 탐승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겨울철이다.



↑ [월간산]온달산성. 온달 장군이 신라 군사를 막기 위해 하루 밤새 쌓았다는 전설이 전하는 석성이다.

↑ [월간산]온달산성. 온달 장군이 신라 군사를 막기 위해 하루 밤새 쌓았다는 전설이 전하는 석성이다.

연화봉 서쪽 마루에 천문대가 있다는 게 다른 국립공원과 다른 점이다. 이는 소백산 일원이 다른 어느 산보다 대기가 맑아 밤하늘의 별을 잘 살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일이다. 올 가을이면 산릉에서 소백의 밤하늘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천문대에서 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제2연화봉(1,357.3m)에 오는 10월 개장 예정으로 소백산대피소가 조성 중이다.

소백산은 이렇듯 유순한 산세에 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고찰과 명소도 여럿이다. 소백산 북동쪽 갈곶산에서 대간에서 벗어난 봉황산 자락에 자리한 부석사(浮石寺)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과 더불어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포함해 국보 5점, 보물 3점 등의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신라 때부터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석단(大石壇)이 있다.


신선봉(神仙峰·1,376m) 능선 북쪽 끝자락에 자리한 구인사(救仁寺)는 상월 원각대조사가 1945년 연화봉 아래 연화지라 일컬어지는 자리에 절을 짓고,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億兆蒼生 救濟衆生 救仁寺)'라 명명하면서 시작된 사찰로 1966년 천태종의 중창을 선포한 이후 천태종도의 근본 수행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석회암 지대다 보니 자연동굴도 여럿이다. 단양읍 고수리의 고수동굴(천연기념물 제256호), 단양읍 천동리의 천동굴(충북기념물 제19호), 대강면 노동리의 노동굴(제262호) 외에도 영춘면 하리 남한강변의 온달동굴(제261호)에 이르기까지 4개의 동굴이 있다.



↑ [월간산]석회동굴의 전형을 보여 주는 천동동굴.

↑ [월간산]석회동굴의 전형을 보여 주는 천동동굴.

고구려 온달 장군의 여동생이 온달산성을 쌓기 위해 강변에서 돌을 줍다가 발견했다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 261호)은 온달산성(溫達山城·사적 제264호)과 함께 단양군 관리 테마관광지로 꾸며져 있다. 온달산성은 고구려와 신라가 영토확장 싸움을 벌일 때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여동생과 함께 하루 밤새 쌓았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지는 석성이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사원(賜額書院)인 소수서원(紹修書院·사적 제55호)과 금성대군을 비롯해 단종 복위를 도모한 순절지사의 제단인 금성단(錦城壇·경북기념물 제93호)은 소백산 동쪽 들녘인 순흥면 소백리, 순흥부의 역사와 부침을 함께한 순흥향교(順興鄕校·경북문화재자료 제347호)는 순흥면 청구길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산(活人山)' 소백이 부른다

1987년 12월 14일 우리나라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소백산은 충청북도 단양군의 1개읍·3개면, 경상북도 영주시의 1개읍·4개면과 봉화군의 1개면에 걸쳐 있다. 총면적은 322.011㎢로서 경북지역에서 168.407㎢, 충북지역에서 153.604㎢가 분포되어 있다.



↑ [월간산]국보와 보물을 여럿 간직한 천년고찰 부석사.

↑ [월간산]국보와 보물을 여럿 간직한 천년고찰 부석사.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며 영주 분지를 감싸고 있는 소백은 산줄기 양옆으로 큰 강이 형성돼 있다. 치악산 동쪽 사면과 평창 금당계곡은 물론, 멀리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한데 모여 남한강을 형성해 소백산을 끼고 충주호로 흘러든다. 반면 주릉을 경계로 동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은 영주 서천을 거쳐 내성천으로 흘러들어 상주에서 영강과 합쳐진 다음 낙동강을 이룬다. 한반도에서 큰강 두 물줄기의 분수령인 셈이다.

월간山에서는 소백산 특집을 위해 종주 코스 외에 계곡 원점회귀 코스를 답사했다. 5월 말~6월초 철쭉 꽃 절정기를 지나면 곧바로 더위가 시작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계곡 코스 역시 주릉을 걷기에 여름철 들어 싱그러운 초원과 더불어 천상화원을 이루는 야생화를 탐승할 기회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자락길도 소개했다. 여기에 퇴계(退溪) 이황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을 소개하고, 산자락의 문화와 사람들 얘기도 곁들였다.

'사람을 살리는 산(活人山)' 소백이 부른다. 그 품안에 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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