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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자료☆★★/★☆ 등산 여행☆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김신조 일행이 있었다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김신조 일행이 있었다


by중앙일보

문 대통령, 새해 북한산 구기동~승가사~사모바위 산행

도심서 접근 쉽고 능선 오르면 동서남북 조망 좋은 코스

 

50년 전 "청와대 까러 왔다"는 북 무장공비 김신조 등 31명

노고산·진관사·사모바위 거쳐 청와대 뒤 북악산서 총격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새해 첫날을 북한산 등산으로 시작했다. 의인으로 선정된 6명과 함께였다. 문 대통령은 어느 코스를 이용했고, 그 코스 어느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을까. 그 지점에 얽힌 사연들은 어떤 게 있을까.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북한산 승가봉에서 바라본 사모바위(오른쪽). 뒤쪽에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비봉이 보인다. 김홍준 기자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북한산 사모바위. 벼슬아치들이 쓰던 사모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김홍준 기자

사모바위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1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북한산 사모바위 근처에서 의인으로 선정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사모바위(에서 새해 일출을 감상했다. 사모바위는 북한선 주 능선 격인 비봉 능선에 솟아 있다. 사모바위의 ‘사모’는, 조선 때 여진족에게 끌려간 여자를 목 놓아 그리워하던 남자가 북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만 바위가 되었기에 사모(思慕), 어머니의 임종을 미처 못 지킨 아들이 그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커다란 바위가 됐다고 사모(思母), 벼슬아치들이 머리에 쓰던 모양새라기에 사모(紗帽) 등 다양한 유래가 전해지는 바위다. 전설은 바람을 따르고 바람은 흩어진다. 우듬지 성성한 노송이 그 까닭을 말해 줄지 모를 일이다.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2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북한산 사모바위 근처에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3,4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사모바위 쪽을 바라보며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사모바위 앞에는 너른 터가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과 만났다. 헬기 이착륙장이 있는 이 터는 이합집산의 광장이다. ‘광장’은 ‘공간’과 다르다. 공간이 비어 있는 곳이라면 광장은 채우는 곳이다. 그 채움은 다분히 목적성이 있다. 여기는 산행이라는 합일의 행위와 신념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다. 발자국들은 승가사·응봉·바봉·문수봉 등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길을 통해 이 광장에 모인다. 그리고 한참 뒤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다.

 

사모바위 너른 터는 군부대 철거 후에 만들어졌다. 군부대는 1968년의 ‘1·21 사태’ 이후 들어섰다. 1·21 사태가 올해 50년이 됐다.

 

“청와대를 까러 왔다”는 북한의 124군 소속 31명이 1968년 1월 17일 개성에서 출발했다. 밤 10시에 군사분계선 철조망을 자르고 18일 새벽 임진강을 건넜다. 19일에는 경기도 법원리의 삼봉산에서 1박을 한 뒤 20일에는 현재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노고산을 경유해 북한산 진관사 계곡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곳 사모바위를 지났다. 그들은 밤새 달렸지만, 사모바위 근처로 되돌아왔다. 당시 탈진한 김신조 일행은 환상방황(環狀彷徨·혹한과 피로 누적 등 극한 상황에서 판단력이 떨어져 주변을 맴도는 현상)에 빠져 시간을 지체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김신조 일행이 묵었던 바위굴에 이들의 흔적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다지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1968년 1월 21일, 정부요인 암살 및 사회교란을 목적으로 북한 124군 특수부대 31명이 서울에 침투해 군경과 총격전을 벌였다. 사진은 특수부대 중 한 명인 김신조가 생포되는 모습. 중앙포토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북한산관리공단이 사모바위 밑에 설치한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 일행 마네킹. 김신조 일행 31명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뒤편까지 진출해 군경과 총격전을 벌였다. 중앙포토

사모바위에 오르면 동남쪽으로 향한 발아래 세검정·창의문·북악산이 보인다. 반대편에는 진관사 계곡·노고산(경기도 양주·496m)이 보인다. 사모바위 서쪽의 비봉(碑峰·560m)에는 국보 3호인 진흥왕순수비 모조품이 있다.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로 보관 중이다. 문 대통령은 동쪽의 떠오르는 해를 보며 국민 삶의 개선과 평창 겨울 올림픽 성공, 한반도 평화를 새해 소망으로 빌었다고 한다. 정작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에는 사모바위가 없다. 클로즈업에 집중한 건 아닐까 싶다.

승가사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1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 뒤쪽이 승가사다. [사진 청와대]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호국보탑 점안식이 1994년 5월 7일 서울 구기동 승가사에서 불교신도, 승려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산행에 함께 한 의인들과 승가사에서 아침을 들기로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승가사는 756년, 신라 경덕왕 15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정호 스님을 주지로, 현재 비구니 도량이다. 마애석불 석가 여래좌상과석조 승가대 사상이 보물(각각 보물 제215호, 보물 제1000호)로 등록돼 있다. 왕들이 자주 찾았다. 대각국사 의천이 왕과 왕비를 모시고 갔다고 전해진다. 구한말 민비와 마지막 상궁인 엄 상궁이 시주해 중창했다고 한김신조 일행 31명은 군경과 총격전 끝에 김신조 1명이 생포됐다.

 

승가사는 경복궁에서 접근이 쉽다. 김신조 일행도 이 승가사를 지나 세검정으로 내려선 뒤 창의문(자하문)을 통해 청와대로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을 택했다. 창의문은 조선 시대엔한양에서 위주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열어두면 조선왕조에 액운이 든다고 해서 한때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1416년~1506년).

 

승가사 앞에 갈림길이 있다. 한쪽은 아스팔트, 한쪽은 산길이다. 편해 보이는 아스팔트 길의 유혹에 넘어갔다간 고생 좀 해야 한다. 비탈이 심한 곳이 있어 무릎 품을 팔아야 하고, 부하가 많이 간다. 문 대통령은 이 승가사 길목에서 아스팔트 길이 아닌 산길을 택했다. 구기 탐방 지원센터를말머리로 삼았다.

구기 탐방 지원센터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1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북한산 사모바위 산행을 마치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며 하산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오전 6시 30분에구기 탐방 지원센터를 통해 등산을 시작했고 이곳으로 하산했다. 탐방지원센터 바로 앞에는 능금 산장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목이 좋다. 문 대통령은 이 음식점 앞에서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진 속의 한 여성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능금 산장의 안주인 김진희(57) 씨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채 등산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다가 앞치마를 두른 나를 보고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며 “그러다 음식점 간판을 한번 쳐다보더니 ‘어휴, 고생하십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지도 위치 2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일 북한산 사모바위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맨 오른쪽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능금산장 안주인 김진희씨다. [사진 청와대]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9일 북한 6차 핵실험 등 잇단 도발로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국 구상을 위해 북악산에 올랐다. 휴가 중인 7월 31일엔 강원 평창 오대산에 올랐고, 취임 뒤 첫 주말이었던 5월 13일엔 대선 기간 자신을 전담 취재했던 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르기도 했다.

접근법

문 대통령이 다녀온 새해 등산길은 다소곳하다. 방금 미용실에서 커트하고 온 머리처럼, 잘 다듬어 놨다. 그다지 된비알도 없다.

 

구기터널 삼거리에서 구기 탐방 지원센터 방면으로 이동한다. 삼거리 쉼터 계곡에서 승가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르면 바봉 능선에 다다른다. 오른쪽 문수봉 방향으로 100m 이동하면 사모바위가 나온다. 여기까지 1시간가량 걸린다. 사모바위에 오를 수는 없다. 사모바위에 갔다는 건, 그 사모바위를 포함한 암반과 그 주변을 다녀왔다는 얘기다. ‘사모’를 쓰고 있는 큰 암반에 손을 찍고 다시 구기 탐방 지원센터로 되돌아오기까지는 또 1시간이면 족하다. 사모바위 근처에 갔다가 어서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듯한 저 너머의 문수봉(文殊峰·727m)에 홀리지 않으면 말이다.

文대통령 오른 사모바위 밑, 김신조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