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겪어보니 눈앞 임대료 인상은 장기 수익 도움 안돼”
ㆍ‘40년간 임대료 오르지 않은’ 일본 도쿄 구니타치 약국

일본 도쿄 구니타치(國立)시 역 앞 구니타치대학로상점가는 일직선 도로를 따라 80여개 가게가 양쪽으로 들어서 있다. 1920년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들어선 뒤 이곳 상인회는 60년 넘게 유지되며 상권을 지키고 있다. 이 거리의 임대료는 거의 변동이 없으며 한 약국은 40년간 월세가 오르지 않았다.
일본 도쿄 구니타치(國立)시는 히토쓰바시(一橋)대학을 비롯해 음악대학, 사립중학교 등 학교가 많은 도시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정부는 구니타치역 주변 1㎞ 내에 술집, 유흥주점 등이 들어올 수 없는 문교지구(文敎地區)로 지정했다. 그래서 인구 7만명의 이 소도시는 전철로 30분 떨어진 신주쿠 등 도쿄 도심처럼 번화하지 않다. 하지만 1920년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생긴 오랜 상권은 역을 중심으로 굳건히 터를 지키고 있다. 역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쪽 500m 구간엔 가게만 80여곳이다. 상인들이 만든 상점회도 60년 넘게 꾸려오고 있다. 안쪽 이면도로 상가엔 빈가게가 가끔 있지만 큰 길을 면한 이 거리엔 공실이 없다. 카페, 슈퍼마켓, 식당, 프랜차이즈 체인점, 편의점, 휴대전화 판매점 등 다양한 점포들 중 절반 이상은 1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다.
역에서 5분 거리인 나카가와 약국은 40년 전 문을 열었다.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데는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저렴한 임대료 덕이다. 이타사카 점장은 “건물 1층에 66㎡(20평) 정도 공간을 쓰는데 3.3㎡(1평)당 월 2만2500엔(21만원)을 낸다. 40년 전과 같은 값인데 주인이 올려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카가와 약국이 속한 구니타치대학로상점회 가게들의 평균 임대료는 1층이 3.3㎡당 3만엔 수준이고 2~3층은 더 저렴하다. 상점 계약은 2~10년까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조건은 자동갱신된다.
약국 옆 마스다서점은 70년 전 지금의 가게 대표인 마스다의 아버지가 3.3㎡당 55엔을 주고 사들인 건물에 있다. 현재 매매가는 3.3㎡당 300만엔까지 올랐지만 이 건물 역시 임대료는 그대로다. 마스다는 “임대수익을 늘리려고 계약기간이 끝난 상인을 내보낸다고 해도, 올린 월세에 바로 새 상인이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나중에 점포가 임대되면 다행이지만 비어있던 기간의 월세는 그대로 손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건물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장기수익률이다. 20년 전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 이 같은 성향은 더 강해졌다. 당시 공실이 급증하고 임대수익이 20~30%씩 빠졌던 경험 탓이다. 공실로 남은 건물은 관리비 부담만 커져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임대료는 큰 변동이 없다.
특히 월세는 재계약 때 오르기도 하지만 내리기도 한다. 점포 매출이 떨어지면 월세를 내려서라도 상인이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해야 임대수익이 유지된다는 생각에서다. 벌이가 나아지면 다음 재계약을 할 때 월세를 올리면 되기 때문에 장기수익률로 보면 큰 손실이 아니다. 일본은 건물이 오래되면 감가상각을 해 임대료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기도 하다.
마스다의 건물도 버블 당시 3.3㎡당 800만엔까지 뛰었지만 그때도 임대료는 20% 정도 올리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는 “월세가 비싸지면 점포 바뀌는 주기가 빠를 수밖에 없어 장기적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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