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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로 읽는 한국인의 '아파트 집착증'


<숨바꼭질>로 읽는 한국인의 '아파트 집착증'

머니위크

 

 

지난 2013년 개봉한 <숨바꼭질>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 장르 영화다. 종반부 실소를 머금게 하는 액션의 향연을 걷어내고 보면 주거양극화와 주거불안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집에 대한 집착 등 영화가 관객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영화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이렇다. 오래 전 연락을 끊은 형이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은 성수(손현주)는 그의 형인 성철(김원혜)이 살았다는 아파트를 찾는다. 성수는 우연히 현관마다 적혀있는 이상한 표식과 형의 집이 옆집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숨바꼭질 포스터.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무언가 잘못됐음을 알아챈 성수는 형의 실종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형의 아파트를 다녀 온 뒤 자신이 사는 고급아파트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성수는 자신의 아파트를 노리는 자와 모든 것을 걸고 숨바꼭질을 벌인다.

◆ 우리는 어떻게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나?

영화의 초반 성철의 아파트를 찾은 성수 가족은 위험에 처한다. 주희(문정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이들은 그녀의 집으로 초대된다. 주희는 성수에게 "혹시 정보가 있나요"라고 묻는다. 외제차와 좋은 옷을 입은 성수가족이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착각한 것이다.

이 장면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곧 부의 상징이자 욕망의 집합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현상은 지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가 사실상 투기를 방조하면서 '집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라는 그릇된 주거관이 우리 머릿속 깊게 뿌리내린 결과다.

주희의 "적응할 만하면 쫓겨난다"는 혼자 중얼거리는 대사엔 압축적 근대화를 위한 폭력적 도시개발문제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1971년 유신정권이 판자촌 철거민 13만여 명을 광주(성남)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발생한 '광주대단지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09년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까지 그동안 우리는 기억을 통해 '내 집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학습했다.

이는 '주거불안'이라는 감정이 아파트로 대변되는 집을 둘러싼 집착으로 변질돼 영화 내 모든 사건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2015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주거불안과 마주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전세난의 영향으로 누군가 내 쫓기 않아도 기존 전세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밀려났다. 일부 세입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아파트 청약시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연출되는 등 주거불안의 악순환은 반복됐다.

◆ 주거양극화 등 한국 사회 폐부를 찌르다

영화에서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배경이 되는 아파트다. 성수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사는 고급 아파트는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이고 성철이 살던 허름한 아파트는 서울 종로구 동대문아파트다.

엇갈린 둘의 성장배경만큼이나 두 아파트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성철의 동대문 아파트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로도 불린 정도로 유명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파트여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영화에선 재건축 대상으로 선정돼 철거를 앞둔 아파트로 설정됐다. 이 일대 역시 슬럼화돼 주거 환경은 물론 치안이 불안정하게 묘사됐다. 반대로 일산신도시 개발사업의 하나로 들어선 성수의 롯데캐슬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떨친다.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주택공급 사업은 양적 성장을 일궈냈지만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계층과 지역별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했다.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인근 임대세대 주민 아이들이 자신의 놀이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쳤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제 언론에서조차 다루지 않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전락한 현재 우리의 모습은 영화 속 그들과 닮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이야.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고 외치며 죽어가는 주희의 마지막 장면은 공포보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성동규 기자 dongku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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