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서 확정일자만 받으면 끝?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직장인 박모(36) 씨는 최근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2년간 살았던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오피스텔을 최근 재계약하면서다. 그는 보증금을 기존 6000만원에서 500만원 더 올려주기로 집주인과 합의하고 새 계약서를 작성했다. 확정일자 날인을 받기 위해 이달 초 주민센터를 찾았다.
기존 계약서는 지참하지 않았던 박 씨는 과거 자신의 확정일자 부여 내역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엔 주민센터가 아닌 등기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았던 터라 조회가 어려웠다.
기존 계약서는 지참하지 않았던 박 씨는 과거 자신의 확정일자 부여 내역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엔 주민센터가 아닌 등기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았던 터라 조회가 어려웠다.
[사진=헤럴드경제DB] |
박 씨는 그렇다면 기존 6000만원 전세 계약에 대한 효력(최우선변제권 또는 우선변제권)은 유지되는지 궁금해졌다. 주민센터 직원은 “아마 있을 것”이라며 명확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등기소에 들렀다. 하지만 등기소 직원도 “효력에 대해선 우리도 잘 모른다. 법률지원공단에 문의를 해 보시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등기소든 주민센터든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효력 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 맞다. 특히 박 씨처럼 보증금이 소액(서울 기준 보증금 9500만원 이하)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신규 계약이 아니고 기존 계약을 갱신한 것(재계약)이라면, 변동된 보증금액 대한 확정일자를 추가로 받는 것은 필수다.
다만 확정일자는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이 오르거나 계약상의 특이사항이 추가되는 등 계약내용의 변동이 있을 때에만 받으면 된다. 만일 기존의 보증금액에 변동이 없고 특약사항에 추가되거나 바뀐 부분이 없다면 계약서를 갱신하지 않아도 된다. 즉 이런 경우에는 추가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효력은 유지된다.
재계약의 경우 이미 전입신고는 된 상태이기에 확정일자 날인만 받는다면 그날 오전 9시부터 바로 우선변제권이 발생한다.
소액임차인의 범위와 최우선변제금액. [자료=법무부 확정일자 업무편람] |
주민센터와 등기소 직원으로부터 불확실한 대답을 들었더라도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관계 기관에서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면 세입자 입장에선 불안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박 씨는 “나로서는 큰 돈을 보증금으로 맡긴 상황이어서 민감한데 아무도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확정일자만 받으면 무조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정보가 넘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확정일자는 그것이 부여된 날에 주택임대차계약증서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뿐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진실하다거나 계약이 진정으로 성립됐다는 것을 추정하는 효력은 없다”며 “확정일자 부여 업무를 하는 주민센터나 등기소 공무원들이 계약서의 효력을 따져서 보호 여부를 확언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불안감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계약의 내용은 분명할수록 좋다. 임대차 재계약 시에는 기존 계약서를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 아예 새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는데 어떤 걸 선택하든 기존 계약의 내용에서 보증금을 얼마로 바뀌었는지, 계약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등 변동된 내용을 명확하게 적어놓는 게 필수다.
더불어 주택과 대지의 등기부를 확인해서 어떤 담보가 걸려있는지, 권리의 변동사항은 없는지도 확인해두는 게 좋다.
서울시 전월세상담센터 관계자는 “100% 보장이란 건 없다. 다가구주택 같이 세입자가 여럿인 주택이라면 아무리 확정일자를 받았더라도 최우선변제금도 다 못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날인 받는 것은 세입자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것일 뿐, 집주인의 채무상황 등도 최대한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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