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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이 뒷산 입니까?"

"북한산이 뒷산 입니까?"

 

 

재난안전관리반 대원이 말하는 '대책 없이 북한산 오르는 사람들'

지난 6월, 서울 북한산 백운대 인근 인수대피소에 전화벨이 울렸다. 50대 남성이 염초 바위 부근에서 추락했다는 구조 요청이었다.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달려간 인수대피소 대원들은 남성을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바위 진입로에서 안전 장비를 검사할 때는 밧줄·안전띠 등을 갖고 있던 그 남성이 밧줄 없이 바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북한산사무소 안전방재과 이태권 주임은 "단속 대원 앞을 지나갈 때는 장비를 갖고 있다가 나중엔 귀찮다고 장비를 벗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시야 사각지대라 우리 입장에서도 어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북한산에서 취사 중인 등산객(왼쪽)과 샛길로 다니다 단속반에게 걸린 등산객들. /북한산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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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대피소는 북한산 백운대 인근을 지키는 재난안전관리반의 거점이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등산객 구조지만 구조 활동이 없는 평상시에는 사고 예방활동을 주로 한다. 인수대피소 대원들은 "낙석이 떨어지는 등 어쩔 수 없는 사고도 있지만 사고 대부분은 등산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진상' 등산객 때문에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대원들이 가장 자주 보는 유형은 동네 뒷산족(族), 즉 북한산을 동네 뒷산쯤으로 알고 오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산을 자주 타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다. 인수대피소 기남 팀장은 "동네 뒷산을 값비싼 등산복을 입고 오른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진상은 북한산에 오면서 동네 뒷산 차림으로 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패딩 안에 면티를 입고 등산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온다. 넘어졌을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배낭도 메지 않는다. 이런 복장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기 팀장은 "올 1월에 한 대학생이 면티 위에 오리털 패딩을 껴입고 왔다. 정상까지 올라왔다가 더워서 패딩을 벗었고 젖은 면티가 찬바람에 노출되며 저체온증에 걸려 결국 구조 헬기를 불러야 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뒷산족은 주의를 주면 잘 따르는 편이라고 한다. 대원들을 힘들게 하는 부류는 오히려 산을 잘 안다고 자부하며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게 샛길족(族)이다. 샛길에서는 자연지형물에 걸려 넘어져 다칠 위험도 크고 부상자를 찾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국립공원 불법행위 유형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샛길 적발 건수는 2010년 651건, 2012년 956건, 2014년 1242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인수대피소의 한 대원은 "등산로에는 다른 쪽 길로 갈 수 없도록 밧줄을 둘러놓지만, 단속에 걸리는 샛길족의 90%가 샛길인 줄 몰랐다고 발뺌한다"고 했다. 등산로를 벗어났다가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산속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취사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인수대피소 이동윤 대원은 "그나마 취사는 단속하기 수월하지만 담배는 꽁초를 수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흡연 신고를 받고 가도 이미 사람이 사라진 후다. 운 좋게 현장에서 적발해도 바로 꺼버린 후 "내가 언제 담배를 피웠느냐"며 부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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