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안전장치로 만든 전세보험.. 매매가보다 비싼 전셋집은 가입 안돼
조선일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홍제한양’ 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 8월 2억7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성사됐다. 그러나 같은 단지, 같은 크기의 전세 매물은 1500만원이나 높은 2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금이 가파르게 올라 전세금 시세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난 심화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전세보험’ 상품을 찾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chosun.com 취재 결과,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전셋집은 시중에 출시된 전세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세입자를 위해 출시된 보험이 정작 ‘깡통전세’ 위험성이 높은 전셋집은 아예 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보험 상품이 사실상 깡통전세 우려가 적은 안전한 주택에만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보험이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보험사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SGI서울보증이 운용하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이 나와 있다. 연간 보험료는 전세보증금의 0.15~0.2% 정도이다. 3억원짜리 전셋집이라면 1년에 최대 60만원 정도를 보험료로 낸다.
그러나 HUG와 SGI서울보증의 전세보험은 기본적으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낮아야 가입할 수 있다. HUG 전세보험은 매매가격의 90%까지만 전세보증금을 보장한다. 만약 전세 2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억8000만원까지만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새로 지어 분양한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분양가의 80% 이하인 경우에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은 보험 가입조건이 더 까다로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75~80% 이하여야 가입할 수 있다. SGI의 보험상품 역시 KB시세로 확인할 수 없는 신규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분양가의 90%를 넘지 않아야 가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하고, 전세가율 90%가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최근 전세난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보험”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경기도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중인 이모(32)씨는 “깡통주택이 걱정돼서 전세보험을 알아봤는데, 이런 조건이면 굳이 수십만원씩 내가며 보험에 들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전세 세입자를 위한 상품인지 공사가 보험금을 거저먹으려는 상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HUG와 SGI서울보증 홈페이지에서 간편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니 추정 시가보다 전세보증금이 비싼 경우에는 가입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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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보장 한도를 결정하는 아파트 매매가격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HUG와 SGI서울보증은 KB국민은행의 주택 시세정보를 참고해 아파트 매매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시세는 일주일마다 해당 단지에서 매매된 아파트 전체의 거래 가격의 평균으로 표시된다. 일주일마다 보험에서 보증하는 전세보증금 기준이 바뀌는 셈인데 HUG와 SGI서울보증은 이런 사실을 따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모(34)씨는 “전세 보험은 전세 계약 이후에나 가입할 수 있는데, 명확하지도 않은 기준만 보고 전세 계약을 했다가는 수 억원의 전세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세입자를 위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SGI서울보증의 한 관계자는 “‘깡통주택’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은 사실상 계약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며 “매매가 수준까지 전세보험금을 보장하는 것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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