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 기암괴봉, 낙락장송 그려진 진경산수화 속의 산객
단양군 대강면 도락산(道樂山·964.4m)은 한자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도(道)를 즐기는 산, 도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산세가 그렇다. 낙락장송과 어우러진 기암 하나하나가 수반 위의 수석이요, 한 폭의 산수화다. 그 수석은 꽃으로 변하기도 하고, 산수화는 채색화가 되고 수묵화로 변신하기도 한다.
도락산은 신비감 넘치는 산세를 지닌 산답게 산을 감싸 도는 물줄기 곳곳에 비경이 숨어 있다. 산 북서쪽 암반 계곡은 단양천 상류로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이른바 단양팔경 중 3경이 절묘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북동쪽 남조천의 사인암까지 치면 단양팔경 중 절반이 도락산자락에 있는 셈이다. 더욱이 물줄기 곳곳에 캠핑장, 휴양림, 숙식업소들이 자리해 물놀이도 즐길 수 있어 특히 여름 피서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명소다.
이렇듯 도락산의 아름답고 신비감 넘치는 산세는 이미 조선 후기 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에 의해 인정받았다. 그는 애제자 수암(遂菴) 권상하(權尙夏·1641~1721)를 만나러 단양에 들렀다가 산세에 감탄, ‘깨달음을 얻는 데는 그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함께해야 한다’는 뜻에서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망대에 올라서면 천하를 다 쥔 듯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발아래로 내궁기 마을이 평화롭게 바라보인다. 정상 아래 신선대 너럭바위.
용두산 중턱 산안마을 유토피아처럼 느껴져
상선암주차장에서 가파른 마을길을 거슬러 오르면 선암가든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길은 자드락펜션을 지나 채운봉 능선으로 이어지고, 곧장 뻗은 길은 상선암(上禪庵)을 거쳐 제봉 능선으로 이어진다.
한국 태고종 말사인 상선암은 신라시대 의상(義湘)이 선암사(仙巖寺)로 창건했고, 조선 숙종 때 좌의정을 지냈던 권상하가 공부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권상하의 문집인 <한수재집(寒水齋集)>과 그의 제자 한원진(韓元震)의 <남당기문록(南塘記聞錄)> 등의 판목(板木)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민족 항일기 초 후손들이 제천시 황강(黃江)으로 옮겨갔는데 6·25 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고 전한다.
선암사는 1822년(순조 22)과 1857년(철종 8)에 중수했으나, 1910년 대웅전이 헐리고 거의 페허화된 것을 1956년 대웅전을 중건하며 상선암이라고 개명했다.
1 상선암주차장에서 도락산 가는 길. 수많은 산악회가 다녀간 흔적을 남겨놓았다. / 2 형봉 바위지대. 채운봉에서 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바라보인다. / 3 제봉을 향하다가 숲길을 빠져나와 바윗길에 접어들자 등 뒤로 용두산 중턱에 자리한 안산안, 바깥산안 마을이 바라보였다. / 4 도락산 정상. 숲에 둘러싸여 조망이 전혀 없지만 아늑한 곳이다.
도락산 정상 아래 신선대. 너럭바위에 먼저 도착한 양효용씨가 뒤이어 올라온 조용환씨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왼쪽으로 하산로인 채운봉 능선이 보인다.
호젓한 산사의 분위기를 간직한 선암사 오른쪽 능선길로 접어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 길로 올라붙으면 곧바로 울창한 숲이 반겨 준다. 한여름에는 귀가 따갑도록 매미울음소리가 울리는 숲길이다. 빼곡한 숲길은 슬랩바위를 올라서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산 밖 선암구곡 너머 용두산(龍頭山·994.4m) 중턱에 자리한 산안마을은 선인들이 살고 있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능선길은 조망만 빼어난 것이 아니다. 기묘한 형상의 기암들이 숲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기암절벽은 낙락장송과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삼복더위 산행에 동행한 양효용씨는 “이렇게 푹푹 찌는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라며 즐거워했다.
해발 500m를 넘어서자 장모가 사위 반기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에 지친 몸에 힘을 불어넣어 준다. 간간이 나타나는 조망바위와 기암은 쉬었다 가라고 붙잡아줘 숨 고를 틈을 준다. 그 사이 눈에 들어오는 도락산 산 안의 풍광이나 산 밖의 경치 모두 숲과 바위, 산봉과 산릉이 잘 어우러진 한폭의 산수화가 아닐 수 없다.
완경사 능선마루로 올라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된비알을 거슬러 오른다. 숲 우거진 된비알 끝은 제봉(弟峰·817m). ‘상선상봉’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제봉은 숲이 우거지고 특이한 모습도 보이지 않아 봉우리라기보다는 둔덕 같은 곳이다.
하지만 제봉을 지나 얼마 가지 않아 너럭바위 망대가 나타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제 용두산은 안산안마을에 이르기까지 온몸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백두대간 대미산에서 북으로 가지 친 능선 상의 문수봉(1,161.5m)~매두막(1,099.5m) 산줄기 등 월악산국립공원의 산봉 산릉이 눈앞에 펼쳐진다. 게다가 동으로는 바위산 황정산 북쪽 영인봉도 빤히 바라보인다. 여름 산은 역시 힘이 넘친다. 짙은 숲과 알바위 기암들은 서로 힘내기 하는 듯 반짝이며 일렁이고, 폭염 속에 인내심을 키우며 산릉을 오르는 산객들은 그 산들을 바라보며 우리 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특히 용두산 안산안마을과 바깥산안마을 주민들은 이 자연을 고스란히 누리며 살아가리라는 생각에 부럽기 그지없다.
두 번째 바위지대에 올라서자 이제 소백산 연화봉천문대가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보인다. 날개 펼친 소백산은 그 양옆으로 날개 활짝 펼친 채 하늘 나는 거대한 수리의 형세 같고, 우리는 수리에 낚이지 않으려면 갈 길을 재촉해야 한다는 마음에 서둘러 정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삐죽 솟은 암봉인 형봉(兄峰·915m)에 올라서자 이경호 기자는 그냥 지나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멋진 풍광을 못 본 척 지나칠 수 없다”며 앞으로 한 번 뒤로 두 번 등 여러 번 오가게 하며 사진을 찍는다.
형봉을 내려서자 삼거리 갈림목(제봉 0.8km, 도락산 0.6km, 상선암주차장 2.7km / 채운봉 0.3km, 상선암주차장 2.9km). 왼쪽으로 가면 도락산 정상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채운봉과 검봉을 거쳐 상선암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약 20분 거리. 짤막한 오르막을 두 번 올라서야 한다.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자 고래등처럼 널찍한 암릉이 반겨 준다. 오른쪽 내궁기마을 일원의 산세가 무척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곳으로 역시 월악산국립공원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릉 구간을 지나면 내궁기(1.4km)로 빠지는 갈림목이 나타나고, 급경사 된비알을 또 한 번 올려치면 도락산 정상이다. ‘도락산 964m’라 새겨진 빗돌이 서있는 정상은 아쉽게도 숲이 우거져 조망이 전혀 없다.
진경산수화 같은 풍경 펼쳐지는 채운봉
채운봉 능선을 타려면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야 한다. 삼거리에서 곧장 뻗은 능선길은 곧바로 험로로 긴장케 한다. 그래도 등 뒤로 형봉~제봉 벼랑이 돌병풍을 이룬 채 눈길을 끌며 감탄케 한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소나무 참나무 우거진 능선을 올라서면 채운봉 정상. 채운봉 정상을 넘어선 다음 마주보이는 검봉까지 도락산 최고난이도의 험로다. 급경사 바윗길에는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지만 워낙 가팔라 체력이 약하거나 겁이 많은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안부로 내려섰다가 검봉을 오르는 사이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보이는 도락산은 그야말로 진경산수다. 이래서 ‘도락산’이란 이름이 지어졌나보다 싶다. 이제 황정산 남북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릉 상의 바위봉인 수리봉 북쪽으로 백두대간을 가로지른 벌재도 바라보인다.
칼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지어진 검봉(劍峰)을 넘어서면 바위 길이 애매해진다. 곧장 뻗은 산길을 따르다 바위턱 직전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잠시 길이 헷갈리지만 바위턱 뒤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자 곧 ‘탐방로 아님’ 표시판이 나타난다. 우리가 걸었던 길 말고 오른쪽 우회로를 따라야 했던 것.
안내판을 지나자 우뚝 선 바위들이 나타난다. 아무런 안내판이 없으니 지형도에 표기된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가 아닐까 짐작만 하고 내려선다. 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장도로로 바뀌고 고추밭에 이어 오미자밭을 끼고 마을로 내려서고, 곧 상선암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산행길잡이
도락산 산행은 대개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자리한 상선암주차장에서 출발, 검봉~채운봉~신선대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다음 다시 신선대를 거쳐 형봉~제봉 능선을 타고 상선암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시계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산행에 비해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힘이 덜 든다. 정상·형봉 갈림목~채운봉~검봉 구간이 가장 험하고 굴곡이 심해 힘들다. 거리는 어느 쪽으로 돌든 약 7.2km로 똑같다. 5~6시간 소요.
정상과 신선대 사이에서 내궁기마을로 이어지는 산길은 대개 탈출로로 이용된다. 이밖에 다른 기점의 산길도 여럿 있으나 1984년 말 월악산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다른 산길은 모두 비지정 탐방로로 폐쇄됐을 뿐만 아니라 이용객도 거의 없는 상태다.
교통
단양까지는 황정산 종주산행 르포 기사 교통편 참조.
단양→상선암주차장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다누리센터 버스정류장(고수교)에서 06:15, 07:35, 08:40, 10:00, 12:05, 14:00, 15:45, 16:55, 19:05 출발. 40분, 2,500원. 문의 단양시내버스 043-422-2866.
주차료 경차 2,000원, 중소형 4,000원, 대형 6,000원.
숙식 (지역번호 043)
주차장 위쪽에 민박, 펜션, 식당이 모여 있다. 통나무민박(422-8620), 상선암민박(422-3247), 샤인캐슬(422-1572), 청정원농원민박(010-6591-6573), 자드락펜션(010-2464-0097), 약수터가든(식당, 421-5300), 삼진식당(421-4411), 선암가든(422-1447).
도락산 들머리를 이루는 선암계곡 가에 풍광이 수려한 휴양림과 오토캠핑장이 있다. 소선암자연휴양림은 67㏊ 넓은 부지에 산림복합휴양관,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 집, 통나무집 등 40개 객실 외에 세미나실, 식당, 놀이터, 산책로, 야생화동산, 족구장등 이용하기에 편리한 부대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객실은 23㎡, 47㎡, 53㎡, 69㎡, 99㎡등 다양하며 이용 요금은 5만~20만 원. 이용요금은 여름 성수기, 주말, 휴일 전날을 제외하고는 지역주민은 50%, 타지 이용객은 3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휴양림 입장료는 성인 1,000원(단체 700원), 청소년 700원(500원), 어린이 300원(200원)이다. 주차료는 1일 기준 소형 2,000원, 대형 4,000원이다. 숙박시설 이용 시 입장료와 주차료 무료. 홈페이지(sof.cbhuyang.go.kr)를 통해 예약을 받는다. 문의 422-7839.
계곡가에 자리한 소선암오토캠핑장은 1박당 2만 원(7~8월 성수기는 3만 원)이다. 문의 423-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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