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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과 허망 사이…신도시 상가주택의 明暗

로망과 허망 사이…신도시 상가주택의 明暗

 

 

매일경제

신도시 상가주택 시장이 뜨겁다. 위례, 미사강변, 영종 등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에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가 공급될 때마다 청약경쟁률이 수백에서 수천 대 1까지 치솟을 정도다. 1~3층은 세를 주고 4층은 주인이 직접 거주할 수 있어 한마디로 임대 수익과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부푼 꿈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 상권이 활성화돼 기대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곳도 있지만 공급 과잉 등으로 임차인을 찾지 못해 원하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곳도 많다.

뜨는 용인 보정동·광교

매일경제

상권이 활성화된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는 상가주택 단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총 98개 상가주택 건물로 구성된 이곳은 골목마다 브런치·디저트 카페와 베이커리, 드립 커피 전문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옷가게, 헤어살롱 등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작은 유럽 마을에 온 것 같다. 평일 낮이지만 가로수 아래 1층 가게에는 젊은 연인들과 아이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카페 주인은 "주말은 가게마다 테이블이 꽉 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상가주택들이 준공됐을 당시에는 공실로 애를 먹었다. 지금 같은 카페거리를 만들기까지 건물주와 상인들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다.

건물주와 임차인은 '대화 채널'을 만들었다. 건물주는 1층 가게에 세를 주기 전 기존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가주택 단지 안쪽 보행자 도로에 개인 브랜드 가게가 몰려 있고 프랜차이즈와 '이자카야(술집)'는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용인시는 다음달 6억원을 들여 골목에 가로수를 심고 색색의 보도블록을 새로 깔 예정이다. 상인들은 11월 핼러윈 축제를 준비 중이다. 올해로 벌써 7회째다. 첫눈 내리는 날을 기념한 '반값 세일'과 단국대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리마켓과 미술작품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이종덕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연합회 회장은 "위례, 동탄2 등 이주자택지에 상가주택이 완성되면 카페거리가 크게 늘어난다"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정동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상가주택 1층 66㎡의 임대료는 보증금 6500만~1억원에 월세 185만~360만원으로 2012년에 비해 약 10% 오르는 데 그쳤다. 보정동 C공인 관계자는 "건물주는 1층 점포 통임대 기준(99~115㎡) 월세 500만원이 상한선이라는 상인들의 말을 존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2012년 조성된 경기도 수원시 이의동 광교 카페거리의 경우 건물주들이 '광교 카페거리 발전위원회'를 꾸려 계절마다 '광교 카페거리' 현수막을 바꿔 단다. 실개천 다리 등 곳곳에 대형 화분과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메르스로 손님이 줄자 월세를 깎아주고 저녁에도 손님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도록 건물주가 자정까지 방범 도우미로 활동한다.

쇠락하는 성남 판교·화성 동탄1

매일경제

1층 상가가 비어 있는 경기도 동탄1 신도시 일대.


하지만 경기 성남 판교(백현·운중동)와 화성 동탄1신도시 상가주택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알짜배기 1층 상가가 수년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곳이 수두룩하다.

이곳은 2000년대 초중반 투자 열풍을 타고 수억 원의 웃돈이 붙은 채로 손바뀜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맞춰 임대료도 뛰었다. 서판교 운중동 카페거리 대지면적 250~280㎡에 지은 상가주택 매매가는 땅값 12억~14억원에 건축비 5억~10억원을 더해 기본이 17억~24억원이다. 여기에 2억~3억원 웃돈이 추가돼 20억~27억원을 호가한다. 문제는 비싼 임차료를 낼 만큼 장사를 잘하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1층 상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50만원 이상 받아야 3%대 수익률이 나온다"며 "판교라도 이런 임차료를 낼 수 있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탄1도 상황이 심각하다. 높은 임차료도 문제였지만 바로 옆에 동탄2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상인들이 빠져나가 공실이 계속 늘고 있다. 반송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2~3층 원룸·투룸만 겨우 채운 상황"이라며 "상가주택은 여럿이 잘돼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상권이 살고 건물 가치도 오르는데 반대로 공실이 하나둘씩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쇠락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권이 풀이 죽으면서 임대료와 매매가도 뒤늦게 꺾이는 추세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와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운중동 카페거리 상가주택 1층 기준 66㎡ 임대료는 360만~459만원으로 3년 전(370만~550만원)보다 20~30% 떨어졌다. 동탄1 카페거리 상가주택 231㎡ 가격은 1~2년 전 12억~15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10억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급매도 나왔지만 거래는 매우 뜸하다.

문제는 제2의 판교나 동탄1이 얼마든지 또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위례 상가주택단지는 현재 160여 가구 가운데 30여 가구가 준공됐다. 공사기간이 3~6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절반 정도 준공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높은 임대료에 대해 염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로변 1층 99~125㎡를 통임차할 경우 보증금 1억~1억5000만원에 월세 500만~700만원 선이다. 지하 1층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300만원에 육박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상가주택용지에 당첨되면 로또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터라 위례의 미래 가치까지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며 "건물주에게 이래서야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건물이 팔리지 않는다 설득해도 통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위례신도시 지역 상가에는 현재 부동산중개업소와 편의점이 많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들 업종만으로 외부 인구를 유입시킬 수는 없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동산팀장은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신도시 이주자택지는 아파트 단지 이면에 있거나 중심상업지역에서 떨어져 있어 유동인구를 확보하기 어려운 입지적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주와 상인들이 계획적으로 테마를 정해 거리를 특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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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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