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부동산시장 / 기형적인 성장
머니위크
2015년 3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주택거래량이 매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형적'이다.
필요에 의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토끼몰이'를 당하며 집을 사거나 불안한 부동산시장이 언제 어떻게 급변할지 몰라 '이번이 내집 마련의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적 요인이 주택거래의 상승을 이끌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거래량은 1·2월 모두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 수도권 주택매매거래량은 3만7502건, 서울은 1만2990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4.2%, 10.4% 늘었다. 이는 국토부가 주택거래량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2월 거래량이다.
이 거래량 역시 그동안 우리나라에 적용된 통상적인 거래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주택시장에서 1~2월은 비수기인데 올해는 연초부터 주택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증가원인도 정상적이지 않다. 자금의 출처가 자기자본이 아닌 빚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3조7000억원 늘어난 566조원을 기록했다. 빚을 내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세시장이 기형적으로 변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 주로 집이 없던 사람이 빚을 내 중소형 위주의 집을 장만하면서 중·소형 매물이 전세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세시장에서는 2억~3억원대 전셋집이 크게 줄었다. 대신 그 자리를 초고가 전셋집이 채우고 있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집값 턱밑까지 쫓아온 전세금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파트 8453가구의 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9.8%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매매가 3억원인 아파트의 전셋값이 2년 새 2080만원(1억8660만원→2억940만원) 오른 셈이다.
전셋값과 집값의 격차가 7.6%포인트 좁혀진 사이 실수요자 중심의 2억~3억원 짜리 전셋집은 눈에 띄게 줄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서울시내 2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는 이달 현재 총 26만5167가구로 2010년(63만 698가구)과 비교해 58%(36만 5531가구) 급감했다.
2억원으로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이 매년 9만여가구씩 사라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말 33만3994가구였던 2억원 이하 전셋집은 이달 들어 25만167가구로 두달 새 6만8827가구(21%)가 줄었다.
3억원대 전셋집도 이달 현재 64만461가구로 2010년(94만 3191가구) 대비 32%(30만 2730가구) 감소했다. 매년 7만5000가구씩 감소한 규모로 최근 두달간 3만3970가구(5%)의 전셋집이 자취를 감췄다.
반면 5억원이 넘는 중소형(전용 85㎡ 미만) 전세아파트는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에서 5억원이 넘는 전셋집은 이달 현재 6만2559가구다. 이는 2010년(4161가구) 대비 약 15배(1403%) 늘어난 수치이며 최근 두달 새 9000가구가 증가한 셈이다. 10억원을 넘는 초고가 전세아파트도 2010년 2482가구에서 이달 1만6552가구로 4년여 만에 7배 가까이 늘었다.
◆ 전세→매매 흐름에도 전세수요 '여전'
여기서 한가지 더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일반적인 시장의 논리라면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 전세시장이 안정 돼야 하지만 현재 전세시장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아파트 입주민(조합원)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인근 전셋집이 동이 난 것이다. 이주 여유자금이 있는 입주민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가뜩이나 비싼 강남지역 전셋값을 더 올린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재건축아파트 세입자들은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도미노처럼 전셋값 동반상승 현상을 일으켰다. 결국 정부의 재건축 완화정책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시장의 질서를 흐트러뜨린 셈이다.
◆ 무리하면 '하우스푸어'·'깡통전세' 우려
앞선 상황을 정리하면 전셋값이 급등하자 버티지 못한 수요자들이 결국 빚을 내 매매로 돌아섰으며 정부정책의 엇박자 속에 전세수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하우스푸어'와 '깡통전세'다. 우선 아직 불안정한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집을 사도록 하는 것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소지가 크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시장 거래활성화를 위해 현재 시행하는 대출규제 완화책과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집 살 여력이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아닐 뿐더러 집을 사는 수요층의 나이가 젊어질수록 하우스푸어 연령대도 그만큼 낮아질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했다고 무턱대고 매매에 뛰어들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에서 집 사기 권유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기존주택의 매매가 상승요인이 뚜렷하지 않다"며 "전셋값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무리해 집을 사면 자칫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시장 거래활성화를 위해 움직인 정부정책으로 인해 '깡통전세'의 위험성도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이 빚이 많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급락으로 하우스푸어가 늘면서 깡통전세 위험성은 이미 예고됐다. 깡통전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전세값이 집값에 육박하고 고가의 전세가 늘면서 '깡통전세'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깡통전세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지만 최근 전셋값 폭등으로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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