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배우는 5가지 인생 교훈
외국의 한 수의사가 쓴 쉐인의 사연은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 돼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원작자는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다. imgur 캡쳐 |
6살 꼬마 쉐인은 10살 난 반려견 벨커(Belker)가 숨을 거둘 때까지 꼭 끌어 안고 있었다.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벨커는 이날 안락사 됐다. 안락사를 결정한 쉐인의 부모님과 수의사는, 벨커가 눈을 감은 뒤 사람보다 짧은 수명을 타고난 동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쉐인이 입을 열었다.
“난 왜 그런지 알아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배우기 위해 살아가잖아요. 이를테면 ‘항상 사랑하고 친절해라’처럼. 근데, 개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오래 살 필요가 없는 거에요.”
외국의 한 수의사가 쓴 글이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건 약 7, 8년 전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은 꾸준히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적어도, 주어진 삶을 행복으로 채워 나가는 능력만큼은 사람이 개에게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일 터. 강아지의 삶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본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 5가지를 정리했다.
1. 사랑하는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라
“왔어?”
무미건조한 한마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가족 중 누군가가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툭 한마디 뱉는다. 누구는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있고, 누구는 방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이 때 기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타인, 특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무관심은 꽤나 기운 빠지는 일이다. 무관심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운을 북돋아 주는 건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갑게 맞아주는 반려견이다.
‘개vs고양이’의 저자 이안 블랙은 “사랑하는 사람이 집에 오면 항상 달려가 맞이하라”고 조언한다. 간단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애정표현에 가장 인색한 삶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가족뿐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경비 아저씨, 버스 기사 아저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웃으며 인사해보자. 인사를 받은 사람은 물론 당신의 삶도 한결 밝아질 것이다.
2. 작은 일에도 기뻐하라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먹는 거다. 사료든 간식이든 음식 앞에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밥 먹을 시간’이라는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입안에 고인 침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강아지가 먹을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건 산책. 반려인이 산책 준비를 한다 싶으면, 목줄만 보여도 꼬리를 한껏 흔들며 뱅글뱅글 돈다.
한편 사람은 강아지만큼 기뻐할 줄 모른다. 우리 삶 속 곳곳에 숨어있는 기쁨들은 외면 받기 일쑤다. 오히려 서로 얼마나 무덤덤한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심지어 로또에 당첨돼도, 1등이 아니라면 기쁨보다 아쉬움이 먼저다. 만족과 기쁨 대신 아쉬움, 타박, 불평을 늘어놓는데 선수다.
이안 블랙은 “오래 산책한다는 단순한 즐거움만으로도 기뻐하라”고 했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굉장한 사치일 수도 있다. 보물찾기를 하듯 우리 일상을 샅샅이 뒤져보면 생각보다 기뻐할 일은 많다.
3.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이기
주절주절 자기 고민을 얘기하는 친구,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꼬치꼬치 따지는 애인, 술자리 안주 삼아 주고 받는 직장 상사 뒷담화까지. 누군가 얘기할 때 당신이 끝까지 귀담아 듣는 얘기는 얼마나 될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야, 니가 잘못했네” “몰라, 듣기 싫어” “그건 약과야, 우리 부장은~”라며 상대방의 말문을 막거나 말을 가로챈 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려 노력하기 보다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병폐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데서 오해와 다툼이 싹튼다.
‘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의 저자 매트 와인스타인은 “개들은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다”고 했다. 사람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귀는 쫑긋하고, 반려인을 바라보는 눈빛은 말똥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사람 말을 경청하는 강아지는 사람보다 행복에 가까이 있다.
진정한 소통은 경청에서 비롯된다. 상대방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자기 할 말만 생각하지 말고, 강아지처럼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보자. 새로운 행복에 눈 뜨게 될 것이고, 원만한 인간관계는 덤으로 따라 올 것이다.
4. 편견 없이 상대방 대하기
강아지는 친구를 만나면 반갑다. 산책길이나 애견카페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서로 으르렁 대기도 하지만 이내 좋은 친구가 된다. 강아지에게 우연히 만난 친구는 그저 또 다른 강아지일 뿐이다. 친구가 순종이든 잡종이든, 말티즈든 리트리버든, 미용을 했든 안 했든, 장애가 있든 없든 차별 없이 친구를 사귄다. 다른 동물들, 심지어 고양이와도 말이다. 매트 와인스타인은 “개들은 품종을 따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다”며, 이를 강아지의 행복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사람은 강아지와 달리 차별에 익숙하다. 몇 해전 한 TV 토크쇼에 출연한 케냐 유학생은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하면 자기보다 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옆에 아무도 앉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나라는 약과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일부 국가에서 인종차별은 사회악이다. 인종을 비롯해 성별, 재력, 외모, 학벌, 종교, 출신지역, 성적 취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하고 편견을 만들어낸다. 이런 편견은 ○○충, ○○녀 등 구별 짓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사회는 니편 내편으로 갈리고 파편화된다.
차별하고 무시하는 대신 편견 없이 상대방의 참모습을 보려는 자세는, 개인은 물론 인류 전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강아지에게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5.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
쌍꺼풀 수술쯤은 이제 성형수술 축에도 안 낀다. 턱과 광대를 깎고, 코와 이마에 보형물을 넣고, 두툼한 뱃살에선 빼내고 빈약한 가슴엔 채워넣는다. 눈은 크게 코는 오똑하게 얼굴은 갸름하게 가슴은 풍만하게 허리는 잘록하게. 무슨 인형 공장의 슬로건 같다. 그렇게 ‘강남언니’가 탄생했다. 자신의 개성이 아닌, 타인의 아름다움을 탐한 결과다.
아름다움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은 반려견에게까지 향한다. 강아지 눈을 앞트임하고 보톡스도 맞춘다. 하지만 반려견은 스스로를 받아들인다. 매트 와인스타인은 “개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닥스훈트가 짧은 다리를 원망하지 않고, 불독이 주름진 얼굴을 못마땅해 하지 않는다. 털이 길든 짧든, 점박이든 아니든 자기만의 개성을 즐기며 산다. 그래서 소모적인 시기도, 헛된 질투도 없다. 우리가 강아지에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인생의 더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김혜리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영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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