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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빗댄 '일분충' vs 조합이 로열층 싹쓸이…혐오부추기는 청약시장

기생충 빗댄 '일분충' vs 조합이 로열층 싹쓸이…혐오부추기는 청약시장




아주경제 DB




로또청약 열풍이 거세지면서 주요 청약단지에서 조합원들과 일반분양 가구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예비 청약자들을 기생충에 빗대 '일분충'이라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일반분양자들은 조합을 향해 '돈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고 맞받아치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증가한 데 비해 시세의 절반 가격에 신축 아파트에 입성하는 일반분양자들이 늘어나자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일반분양자들을 무임승차자로 지목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소셜믹스' 단지에서 일반동과 임대동에서 나타나던 선긋기 현상이 최근에는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반분양을 앞둔 A재건축 조합원 커뮤니티에는 일반분양자들을 향해 '일분충(일반분양자+기생충)'이라며 차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집도 없는 거지들', '조합원들의 등골을 빼먹는 빈대' 등 일반분양자들을 향한 혐오 표현이 대표적이다. 한 조합원은 "일분충에 더 강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면서 "동과 층을 구분하고 커뮤니티 이용료를 더 받거나 이용횟수나 시간에 차등을 두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A단지 조합원 관계자는 "최근 부모님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했는데 일반분양자들을 향해 무임승차자, 빈대, 일분충 등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분양가상한제로 예민한건 이해하지만 피해의식과 적대감이 커진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같은 지역사회, 단지 안에서 마주칠 사람들인데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A단지는 총 가구수 1만2000가구, 일반분양만 6000가구에 달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수익성이 높은 단지로 거론됐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임박한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적정 분양가 통제로 일반분양공고가 지연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600만원에, HUG는 적정분양가를 26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2600만~3000만원이 적당하다는 평가다.

청약시장에서도 조합원들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조합원들이 그동안 지나치게 로열동·로열층을 독점해왔다는 주장이다.

해당단지 청약 대기자인 김모씨는 "일반분양자 물건들은 다 유상옵션으로 바꿔놓고 분양가 4000만원으로 이하면 안 된다고 조합원들이 생떼를 써 분양이 쉽지 않다는 얘기는 이미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1대1 재건축할 여력도 없는 조합원들이 일반분양자만 호구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 수준만 봐서는 단지 안에서 마주치고 싶지도 않다"면서 "분양가를 보고 평당 3000만원이 넘으면 굳이 수모를 받으면서까지 청약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에선 일반분양과 조합원 아파트 간 로열동·로열층 구분, 마이너스 옵션, 커뮤니티 패널티 등이 빈번하다. 현행 주택법과 도시정비법상 위법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소셜믹스 단지의 경우에도 임대주택법보다 주택법이 우선한다는 판례가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땅과 집을 제외한 나머지 분을 일반인에게 파는 것"이라며 "집주인이 일반분양자들과 동간, 층간 구분을 하겠다고 하면 막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욕망에 중심이 되고, 아파트 계급갈등이 격화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주로 일반분양가구가 많은 대단지가 대상이다. 올해 강동 둔촌주공아파트, 강남 개포주공 1단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송파구 진주아파트 등은 모두 일반분양이 500~5000가구에 달한다.

조합원과 일반분양자 사이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결국 돈이다. 부동산 가치가 집값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반포 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는 1620가구 가운데 515가구가 일반분양분인데 이 가운데 약 60%인 300여가구가 1~5층 이하의 저층에 몰려있다. 이 단지가 3.3㎡당 1억원을 웃도는 이유는 단지 조망권이 반포한강지구와 새빛둥둥섬, 남산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인데, 보통 8층 이상부터 가치를 쳐준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평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물건은 대부분 조합원 물건이고 일반분양물건은 그보다 4억~5억원 낮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입주 당시부터 좋은 층과 동은 모두 조합에서 빼갔다는 불만 때문에 단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한지연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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