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신규 주택 공급, 자연스러운 주거 수준 향상[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단지 내 도서실이 잘 갖춰져 있어 고등학생 자녀가 늦은 시간 귀가해도 걱정 없고, 짬이 나면 단지 커뮤니티 센터의 헬스장이나 수영장에 가서 운동하고 사우나에서 피로도 풀 수 있어 단지 안에서 왠만한 것은 다 해결된다는 것이다. 전문직인 ㄴ씨 부부는 새 아파트에 처음 살아본 느낌을 ‘이젠 오래된 아파트엔 다시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주택이 개인 또는 한 가구의 보금자리에서 벗어나 공동체, 일상을 담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어 새 아파트 인기는 당분간 시장의 큰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강남구 래미안 라클래시는 평균 115 대 1의 청약경쟁률, 평균 당첨 가점 69.5점으로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일반분양 112가구를 모집한 래미안 라클래시는 전용 84㎡ 이하 중·소형으로 100% 가점제이고 분양가 역시 모두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1만2890가구가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자칭 ‘골동품’ 무주택자 ㄷ씨. 예전의 청약저축 통장을 꾸준히 불입해 납입액이 2000만원에 육박하지만 한 번도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좋은 곳의 청약을 기다려온 그는 청약예금으로 전환 시 가점 70점을 쉽게 넘기는 ‘유망한’ 대기자이다. 서울에서는 국민주택 분양이 거의 없어 청약예금으로 전환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분양가가 많이 올라 내로라하는 곳의 입성을 위해 청약통장을 쓰기에는 대출 부담이 너무 커서 결국 눈높이를 낮추고 청약 평형을 줄이기로 했다고 씁쓸한 고백을 해왔다. ㄷ씨에게 높은 가점은 ‘희망 고문’이었다.
대기업 맞벌이 ㄹ씨 부부. 전용 60㎡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ㄹ씨는 아이들이 크면서 공부방을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에 평형을 늘려가기 위해 고민을 해왔다. 인근의 전용 85㎡ 아파트는 추가 부담액이 너무 커서 LTV 40% 대출로는 자금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동안 열심히 목돈을 모으고 있는데 자금이 모아지는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폭이 너무 커서 이젠 요원한 꿈이 되고 있다는 푸념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전세가가 매매가 대비 60% 수준이니 전세를 안은 채 아파트를 매입하고 본인들은 보다 저렴한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가서 자금을 모아 입주하는 방법으로 선회하겠노라 선언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정부는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의 공적보증을 금지하겠다는 대출규제 방안을 추가 발표했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축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1주택자로 가점이 낮은 ㄹ씨는 희박한 당첨 확률에 기대는 것보다 대출을 받아 매입을 하려고 나섰는데, 대출규제로 인해 결국 85㎡ 초과 평형 추첨의 ‘당첨 행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주택시장의 필터링(filtering)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신규 주택 공급 증가로 소득 높은 계층이 이전하게 되고 점차적인 주거의 이동으로 모든 계층의 주택품질이 향상되는 효과이다. 지속적으로 양질의 주택 공급이 이어지면 입지가 좋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평균적인 주거 수준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학설이 현실이 되려면 지속적인 공급이 토대가 돼야 할 것이다.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자들은 과거와 달리 너무 다양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이들은 말해주고 있다.
안명숙 |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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