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日 최고층 빌딩 우뚝… 도쿄는 점점 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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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특파원 |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에게도 커다란 도전입니다."
지난 8월 일본 건축회사 모리빌딩이 도쿄 중심가에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쿄 대표 부촌(富村)인 미나토구 도라노몬, 아자부다이, 롯폰기 일대(8.1㏊)에 걸쳐 초고층 빌딩 세 동과 저층 상업시설 한 동을 세우고, 그사이는 시민을 위해 개방된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메인타워의 총 높이는 330m(지상 64층)로,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된다.
모리빌딩은 이미 롯폰기힐스·긴자식스 등 재개발 사업을 통해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 낸 곳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1989년부터 지역 주민 설득을 시작해 딱 30년 만에 첫 삽을 떴다. 초고층 빌딩 단지에 고급 주택, 오피스, 호텔, 문화시설, 상업시설, 병원, 국제 학교 등을 완비해 일본인은 물론 해외 인재까지 끌어온다는 포부다. 그러면서도 '그린(Green)'과 '웰니스(Wellness)'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다. 시민을 위한 중앙 광장 및 대형 녹지 조성, 고령화 시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를 강조한 것이다. 이 빌딩 단지의 입구 격인 저층 상업시설 건물은 런던올림픽 성화대와 뉴욕의 새 명소 베슬 등을 설계한 토머스 헤더윅이 맡았다. 모리빌딩이 밝힌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약 5800억엔으로(약 6조원)으로 롯폰기힐스의 2배,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의 1.5배 정도다.
◇ 계속되는 도쿄 스카이라인의 진화
2000년대에 걸쳐 도쿄의 스카이라인은 크게 바뀌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 높이 100m를 넘는 빌딩은 1989년 50채 정도였지만, 지난해엔 500채로 10배가량 늘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경제 재건을 위한 도시 재생을 국가 주요 사업으로 지정하고, 도심 주요 지역의 고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배(1000→2000%)로 올리는 등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선 덕이다.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아자부다이, 롯폰기 일대에 2023년 새로 들어설 일본 최고(最高)층 빌딩 예상도. 이곳에는 오피스는 물론 도쿄타워가 보이는 고급 주택 및 호텔, 상업·문화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모리빌딩 제공 |
일왕이 사는 고쿄(皇居)와 도쿄역을 둘러싼 오피스가(街) 마루노우치 일대는 1990년대엔 '황혼의 마루노우치'로 불리곤 했다. 경기 불황으로 10층 높이의 낡은 빌딩에서 기업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밤이면 오가는 사람도 없어서다. 도시 재생 사업을 마친 지금은 마루노우치의 마천루가 도쿄역을 둘러싸는 빌딩 숲을 이룬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겨냥한 새 고층 빌딩 개업이 잇따랐다.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2030년 관광객 6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 계획에 민간 기업도 부응하는 모양새였다. 2017년 긴자식스, 2018년 히비야미드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도 오쿠라호텔이 본관 부지에 올린 오쿠라프레스티지타워, 시부야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부야스크램블스퀘어 등이 완공됐다.
2020년 이후 완공 예정인 고층 빌딩 건설 계획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도쿄역 북쪽의 야에스·니혼바시 일대, 시나가와,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등지에서 이미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지쇼가 추진하는 니혼바시 지역 재개발의 경우, 2027년까지 390m 높이의 빌딩을 올려 도쿄의 새로운 심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미쓰비시지쇼의 계획대로 된다면, 모리빌딩이 짓는 도라노몬·아자부다이의 새 빌딩조차 4년 만에 '일본 최고(最高)' 타이틀을 내려놔야 한다. 올림픽을 맞아 도쿄를 찾는 방문객을 위해 시나가와 지역에 새로 생기는 '다나가와 게이트웨이' 지하철역 인근에도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다나가와 게이트웨이'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 해당하는 도쿄 야마노테(山手) 라인에 반세기 만에 새로 생기는 역이어서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 사람을 끌어모으는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이같이 빌딩 공급량이 늘면서 2018년쯤부턴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2020 위기론'이다. 올림픽 시기에 맞춰 공급이 대량으로 늘어난 데 대한 반작용이 있으리란 전망이다. 모리트러스트에 따르면 도쿄 23구 내 연간 오피스 빌딩 공급 면적은 1999~2018년 20년 연평균 108만㎡ 수준이다. 2018년 도쿄에 공급된 오피스 빌딩 면적은 147만㎡. 2019년 102만㎡, 2020년에도 179만㎡가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 열도 전역이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계속된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장래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리빌딩은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아자부다이, 롯폰기 일대에 걸쳐 지어질 초고층 빌딩 사이를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모리빌딩 제공 |
하지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르(JLL)에 따르면 도쿄 도심 내 총 면적 3만㎡ 이상인 고급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0.8%(2019년 6월 말 기준)로 사실상 만실 상태다. 새로 공급된 오피스 빌딩이 모두 세입자를 찾았다는 뜻이다. 최근 '인재 확보'가 화두가 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입지 좋고 매력적인 사무실도 경쟁력의 일환이 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리빌딩 측도 "도쿄 도심 내 새 빌딩 오피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아직도 큰 데다 도쿄 중심부의 신축 고급 오피스 빌딩 자체가 다국적 기업의 수요를 끌어오는 효과가 있다"며 "도라노몬·아자부다이의 새 빌딩 역시 세입자 절반가량이 외국계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쓰지 신고(辻慎吾) 모리빌딩 대표는 "전 세계 도시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이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며 "도쿄라는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고급 오피스 빌딩 건립 자체가 도시에 다국적 기업과 그곳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 및 가족을 끌어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 日 "도쿄를 세계와 경쟁할 국제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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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일본 정부와 도쿄도 역시 도심 재개발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말 도쿄도 전역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했다. '세계와 경쟁하는 국제도시'를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민간 도시재생사업 계획, 시가지 재개발 사업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인가 과정을 원스톱화했다.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이 있는 인근 주택은 정비할 경우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중심가 고층 빌딩 인근에 지어진 저층 주택들도 개발하란 뜻이다.
현재 도쿄 내에서 진행 중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총 34개다. 올 5월 도쿄도 측은 신주쿠 서쪽 출구 등 4개 지역의 재생 프로젝트를 새로 제안하기도 했다.
도쿄=최은경 특파원(g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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