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8% 보험금 찾아가주세요"..잠수타는 계약자, 속타는 보험사
권화순 기자
초저금리 시대에 '안 찾아가는 보험금' 때문에 보험사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만기가 훌쩍 지났는데도 계약자가 일부러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이른바 '잠수'를 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금보험 만기고객은 계좌번호가 보험사에 알려지면 미지급 연금보험금을 수령하게 될까봐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보험상품의 사고보험금을 받을 때 직접 보험사에 방문해 현금을 찾아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20년 전 A생명보험사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계약자 B씨는 최근 만기가 도래했다. 만기 환급금으로 수백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지만 그는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 A보험사는 일주일마다 B씨에게 전화 연락을 통해 “보험금을 찾아가 달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그는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는 3년간 보험금을 안 찾아갈 생각”이라며 “안내 전화를 더이상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안 찾아가는 보험금’ 때문에 보험사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만기가 훌쩍 지났는데도 계약자가 일부러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이른바 ‘잠수’를 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약관상 계약자가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보험사는 예정이율에 1% 이율을 얹어 미지급 보험금을 쌓아둬야 한다. B씨의 경우 20년 전 예정이율이 7%대였다면 현재 보험금을 안 타갈 경우 8%대 이율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중반이고, 연금보험 이율이 2%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보험사로서는 휴면 보험금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꼼짝없이 8%대 이자를 내줘야 한다.
만기가 정해진 보험계약은 그나마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는 3년만 버티면 되지만 연금보험은 기약이 없다. 보험사들은 1980년·90년대 ‘백수보험’ 등 고금리가 적용되는 연금보험을 팔았다. 당시 적용금리는 12%로 당시 은행 정기예금 금리 20%대 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요즘 장기상품의 ‘역풍’을 맞았다. 만기가 끝나고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았다면 약관에 따라 1~1.5% 금리를 더 얹어줘야 한다. 최대 13.5% 이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연금보험은 계약자가 살아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활동 계좌만 있으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가 임의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잠수를 타서 생존 확인이 안되거나 일부러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연금보험 만기고객은 계좌번호가 보험사에 알려지면 미지급 연금보험금을 수령하게 될까봐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보험상품의 사고보험금을 받을 때 직접 보험사에 방문해 현금을 찾아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금리 혜택을 더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휴면 보험금을 만든 셈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기약도 없이 연 10% 이상 금리로 적립금을 굴려 줘야 하니 속이 탈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 상품의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으려면 ‘꼼수’마저 횡행해 금리 역마진과 자본 압박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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