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각에 달린 목숨 살리는 심폐소생술…현장에 주인공들이 있었다
대기업직원·시의원·경찰·군무원 너도나도 '4분 골든타임' 수호
심폐소생술 가슴압박 30회·인공호흡 2회 반복, "자동심장충격기 적극 사용해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에게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기적처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목욕탕, 휴게소, 전철역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각에 놓인 타인의 목숨을 살리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 주인공들은 때마침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간혹 발을 동동 구르는 인파 속에서 주저 없이 응급처치에 나서 '골든타임'(Golden Time)을 지켜냈다.
심폐소생술 배우는 어린이들[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난 11일 오전 7시 4분께 울산 언양휴게소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출장길에 아침밥을 먹으러 이 휴게소에 들렀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소재 2부 김열경(53) 파트장과 동료 직원들도 사람이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다가가서 환자를 살펴보니 의식도 없고 호흡도 매우 약한 상태. 김 파트장은 바로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다른 동료들은 119에 전화해 상황실 지시를 받으며 소생술을 이어가도록 하고, 환자의 손을 주무르는 등 처치를 도왔다.
2분쯤 지났을까. 눈에 초점이 없던 환자가 스스로 호흡하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고, 눈빛도 점차 돌아왔다.
김 파트장 일행은 이후 구급대가 도착하고 나서야 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김 파트장은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 잘하든, 못하든 누군가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오전 9시 16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승강장에서 5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이 교대로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고, 김병곤 부역장 등 역무원들이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와 함께 심폐소생술을 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의사도 합류해 환자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환자는 10여분 만인 오전 9시 27분께 간헐적 호흡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폐소생술 교육하는 소방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천의 한 목욕탕에서는 갑자기 쓰러진 시민을 시의원과 구청장이 구조하는 일이 있었다.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목욕탕에서 중년 남성이 쓰러지며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연탄 봉사를 한 뒤 목욕탕을 찾았던 남궁형 인천시의원이 마침 이를 목격하고 달려갔다. 남궁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허인환 인천시 동구청장도 뒤따랐다.
남궁 의원은 지체하지 않고 민방위 훈련에서 배웠던 흉부 압박법을 시도했다. 1분 정도 소생술을 이어가자 남성은 짧은 숨을 내쉬며 의식을 되찾았고, 잠시 휴식한 뒤 감사 인사를 전하고 귀가했다.
"심폐소생술은 이렇게"[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난 14일 오후 4시 20분께 경남 창원역 대합실에서는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던 뇌신경 장애환자 A(63·여)씨가 갑자기 대리석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이때, 현장에서 교통안전 설문조사를 하던 창원서부경찰서 소속 한기헌(30) 순경이 A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소생술을 하다 보니 환자가 눈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고,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A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순경은 "경찰 파견 교육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충남 천안의 한 농협은행 창구에서 2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마침 현장에 있던 육군 제32보병사단 예하 승리부대 예비군지휘관인 조봉행(49) 군무원이 즉시 환자에게 달려갔다.
상태를 보니 환자는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조씨는 주변에 119 신고를 요청한 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3분 가까이 지나자 환자는 호흡과 의식을 회복했다.
심폐소생술 가슴압박 방법 |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심정지가 발생하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매분 사망률이 증가한다. 5분 이상이 경과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10분 이상 경과하면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목격자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소생 가능성을 2∼3배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우선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상태를 물으며 의식과 호흡을 확인한다.
심정지로 판단되면 주변에 119 신고를 요청하거나 직접 신고한 뒤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심폐소생술은 환자를 평평한 곳에 눕힌 뒤 가슴의 중앙 부위를 깍지낀 두손의 손바닥 뒤꿈치로 분당 100∼120회의 속도와 약 5㎝ 정도 깊이로 30회 압박한다. 그다음 환자의 기도를 개방하고 코를 막은 상태로 입에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인공호흡을 2회 하면 된다. 이처럼 압박, 인공호흡을 반복한다.
숨을 불어넣은 뒤에는 입을 떼고 막았던 코도 놓아 공기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인공호흡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가슴 압박을 계속하면 된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를 반복하면 되고,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들어져 있으며, 스스로 판단해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알려준다.
자세한 방법은 각 시·도 소방본부나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심장충격기 |
응급의료 발전에 헌신하다 최근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해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산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생전 페이스북에 '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글을 남겼다.
그는 "자동심장충격기에 '사용법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과감히 사용하라', '쓰러진 사람을 보면 적극적으로 도와라. 송사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진다', '당신이 할애하는 십여분이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이 된다' 등의 문구가 부착되길 바란다"며 응급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호가 이뤄지는 사회를 그렸다.
(고현실 김근주 김동민 양영석 최은지 전지혜 기자)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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