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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폭탄에 매매·전세가 동반하락...송파·강동구 세입자 발동동['깡통전세' 커지는 경고음]

 공급폭탄에 매매·전세가 동반하락...송파·강동구 세입자 발동동['깡통전세' 커지는 경고음]


규제 강화 속 역대급 입주물량

갭투자 매물 받아줄 매수세 실종

서울아파트 전세가 8주째 내림세

전세보증금 상품 가입도 급증

이달 3,900건...작년동기比 2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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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한 창원시 성산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입니다. 이미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어 전세금을 떼일 것 같아 죽을 만큼 괴롭습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카페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주인과의 전세금 분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세입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와 대출금을 합친 금액이 매매가보다 높은 주택을 말한다. 이 경우 세입자는 집을 경매에 넘겨도 전세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깡통주택·깡통전세’ 경고음은 울산·거제·군산·충남 등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지방뿐만 아니라 평택·화성·시흥 등 수도권 외곽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아직 매매가격이 비싼 서울에서는 ‘깡통주택’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입주량이 많은 서울 송파구·강동구 일대 동남권 지역들은 전셋값이 이전 계약 시점보다 떨어지는 ‘역전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1월 넷째 주)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는 11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전세가도 전주 대비 0.08% 하락하며 8주 연속 하락했다. 그동안 경남·경북·충남·충북 등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주택 현상이 발생했는데 서울 및 수도권도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임차한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집값이 워낙 많이 떨어져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울산에 사는 한 세입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깡통전세 탓에 35년간 모은 전 재산(전세금) 1억3,000만원을 받지 못해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며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는데 보증금을 받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는 헬리오시티와 강동 고덕지구 등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올해 이뤄지는 송파구·강동구 등에서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우성 1차’ 전용 109㎡에 거주하는 세입자 A씨는 다음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요즘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약 5,000만원 하락했는데 설상가상으로 근처에 9,500세대가 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평택·시흥·화성·고양 등의 빌라뿐만 아니라 아파트들도 깡통주택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전세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드는 전세보증 상품의 가입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3,965건으로 이미 지난해 1월 전체 가입 건수인 1,718건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보증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세입자가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 직접 강제경매 등을 신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41건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8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신청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깡통전세 증가의 주원인은 입주물량 증가다. 지난해 전국 45만가구 규모의 ‘역대급’ 입주가 이뤄진 데 이어 올해도 38만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어서 역전세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도 강동구 등 동남권을 중심으로 4만2,936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대규모 공급(16만7,130가구)도 미처 소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13만8,064가구가 입주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양과 평택·시흥 등 가뜩이나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지역에 입주가 집중돼 있다. 화성 동탄2 신도시도 다음달부터 오는 4월까지 약 3개월간 약 8,000세대 가까이 입주가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게다가 주택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매매 시세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주택시장 거래가 꽁꽁 묶이면서 자금난을 못 버틴 갭투자자의 매물을 받아줄 만한 매수세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입주 물량이 지방은 물론 서울 및 수도권까지 증가해 깡통주택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과도한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깡통전세가 금융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92조3,000억원으로 전년(66조6,000억원) 대비 38.6%나 증가했다. 은행들은 세입자가 보증서를 받아오면 전세금의 80%까지 대출을 쉽게 내줘왔다. 깡통주택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SGI서울보증은 빌라·오피스텔 등에 대한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특화한 대책을 현재 마련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전방위적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이혜진·손구민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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