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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권리금보호법 국회서 낮잠자는 사이.. 결국 쫓겨난 홍대 상권 터줏대감

상가권리금보호법 국회서 낮잠자는 사이..결국 쫓겨난 홍대 상권 터줏대

 

 

지난달 관련법 통과 미뤄지자 건물주 “가게 빼라” 바로 통첩

 

국민일보

국회가 상가권리금 법제화 법안을 4월에 논의하자고 또다시 미룬 지난달 24일. 서울 서교동 이탈리아 음식점 '제니스카페' 주인 김소라(44·여)씨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3월 10일까지 가게를 비우라는 건물주의 최후통첩이었다.

김씨는 이곳 '홍대 앞'에서 13년간 샌드위치, 파스타, 수제 빵을 팔아 왔다. "가게를 비우라"는 건 "권리금을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이번에 가게를 비워주면 홍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뒤 세 번째로 권리금 날리고 쫓겨나게 된다.

↑ 서울 서교동 404-22번지 이탈리아 음식점 ‘제니스카페’. 9일 찾아간 이 가게는 저 간판을 내린 채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인 김소라씨는 13년간 홍대 앞을 지켜오다 세 차례 권리금을 날리고 결국 문을 닫았다. 제니스카페 제공

↑ 지난 7일 ‘안녕, 홍대 앞’ 문화제가 열린 서울 서교동 제니스카페 한쪽 벽면의 안내문. 사진가 박김형준씨 제공

9일 찾아간 가게에서 김씨는 실내를 장식했던 사진들을 떼어 트럭에 싣고 있었다. 제니스카페의 주소는 서교동 404-22. 이 404번지 블록이 한적한 동네일 때 터를 잡았던 그는 식당과 카페로 빼곡해진 골목을 둘러보며 "이제 다신 홍대 앞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는 낭만적인 동네=1990년대 작은 외식업체에서 일하던 김씨는 외환위기로 회사가 대기업에 넘어가자 그만뒀다. 친구 2명과 훌쩍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음식 나누는 기쁨을 맛봤다고 한다. 2001년 귀국해서 이듬해 홍익대 정문 근처에 이탈리아 샌드위치 가게를 냈다.

대출 받아 권리금 29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10평 남짓한 점포를 빌렸다. 인테리어비 1억2000만원은 따로 들었다. 돈을 아끼려고 대부분의 설비는 직접 만들었다.

김씨가 원한 그림은 '요리 잘하는 친구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한 식당'이었다. 테이블에서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배치하고, 청바지에 앞치마를 두른 채 직접 빵을 구워 손님을 맞았다. 꾸밈없는 분위기와 독특한 맛에 '홍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는 예술인들이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김씨는 당시 홍대 앞을 1970년대 명동처럼 '낭만'이 있던 시절로 기억한다.

◇세 번 날린 권리금=2007년 매장이 너무 좁아 이전을 계획했다. 단골을 많이 일궈놓은 터라 그 점포를 넘겨줄 임차상인도 쉽게 구했다. 권리금도 제법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제니스카페의 유명세를 알아본 건물주가 끼어들었다.

건물주는 "내 친지들이 이 가게에 관심이 많다"며 이미 구해놓은 다음 상인에게 점포를 넘기지 못하게 했다. 그 상인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건물주를 상대로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상인의 임차권을 5년 동안만 보호해준다. 김씨는 막 5년을 넘긴 때였고, 그렇게 쫓겨났다. 그는 "5년간 열심히 장사했는데 빚을 갚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시 돈을 마련해 지금의 서교동 404번지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노인들만 드문드문 사는 조용한 골목이었다. 1년째 비어 있던 점포여서 권리금 없이 입주했다. 37평 가게에 1억5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 그해 말 지금의 건물주가 이 건물을 샀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30만원으로 첫 계약을 마쳤다.

보호기간 5년을 다시 넘긴 2013년 건물주는 월세를 455만원으로 배 가까이 올려 달라고 했다. 역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런 임대료 인상 요구를 거절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랬다간 지난번처럼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날지 모른다.

그때는 이미 두 번째 권리금을 날린 뒤였다. 사업을 확장하려고 2008년 서울 창전동 뒷골목에 빵집을 냈는데 건물주가 "내 딸이 여기서 장사하기로 했다"며 나가라고 했다. 권리금 4500만원과 시설 투자비 600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제니스카페에 토박이 예술인들 대신 외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주변의 작은 카페와 개성 있는 레스토랑이 점점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와 브랜드 매장이 그 자리를 메워갔다.

지난해 9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김씨는 가게를 넘겨줄 임차상인을 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건물주가 "점포를 동생에게 주겠다"고 통보해 왔다. 13년이 흘렀지만 이럴 때 건물주가 하는 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 번째 듣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김씨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말 '영업 종료' 안내문을 가게에 붙였다.

◇안녕, 홍대 앞=제니스카페 폐업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자 2002년부터 인연을 맺은 단골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오후에는 그들과 함께 가게에서 공연을 겸한 작은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 명칭은 '안녕 홍대 앞'. 100여명 단골손님과 주변 상인, 예술인들이 3시간 넘게 웃고 떠들고 노래하며 제니스카페의 '퇴장'을 위로했다. 김씨는 그들 앞에서 그동안 겪은 일을 담담히 털어놨다.

"카페 벽에 걸어둔 여행사진, 우리 아이 발가벗은 사진들을 떼면서 '그래도 13년간 장사 헛 하진 않았구나' 했어요. 많은 분들이 와준 걸 보면, 여기는 단순히 음식 먹는 공간이 아니라 정과 문화를 나누는 곳이었던 거죠. 비록 저는 여기를 떠나지만 자유로운 그 문화가 계속 남아줬으면 합니다. 문화를 파는 가게들이 홍대 앞을 지켜주면 좋겠어요."

대통령이 약속한 권리금 법제화. 정치권이 미적거리는 사이에 제니스카페는 이렇게 문을 닫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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