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고소득자 ‘전세보증’ 못 받는다
주금공, 9월 말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
‘갭투자’ 억제에 초점…일각선 “실수요자들만 타격” 지적도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의 전세보증상품 이용을 제한한다. 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있는지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며 점검 결과를 토대로 전세자금 대출 요건 강화 등 후속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세자금 대출이 얼마나 집값을 끌어올렸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전세자금 대출을 조이면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부터 내규를 바꿔 전세보증 자격 제한을 강화한다. 기존에 소득이나 주택보유 제한을 두지 않아 다주택자나 고소득자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정작 필요한 서민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주금공은 전세보증상품 이용 대상을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규정하기로 했다. 신혼부부는 8500만원, 한 자녀 가구는 8000만원, 두 자녀 가구는 9000만원, 세 자녀 가구는 1억원 이하여야만 전세보증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정책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또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만 해당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 이 같은 대책은 지난 4월 말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을 때 정해진 사항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전세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금융위는 최대한 시행 시기를 당기겠다는 입장이다.
알려진 전세대출의 편법 유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다주택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자신은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 보유자금과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는 방식과 친·인척 등 지인을 동원한 가짜 전세계약서 작성 방식이다. 전세대출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아나가는 형태이고 주택담보대출처럼 ‘가구당 1건’이라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신용대출보다 이자가 싸고,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상대적으로 전세대출이 쉽게 실행된다”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데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2분기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가계신용 증가율은 7.6%로 안정적 추세이지만 전세자금 대출 증가율은 37.2%로 1년 전(27.9%)에 비하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금융당국은 전세자금 용도로 나간 대출금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여 다시금 집값을 올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이번주부터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장점검 결과를 보고 사전 규제를 할지 사후 규제를 할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데다 서울의 집값이 오른 만큼 전세가격도 올라 전세자금 대출이 증가한 것이며 전세대출을 조이면 결국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세자금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보는 쪽은 부동산대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일단 현장을 점검해보자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조이는 방향으로 가면 실수요자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금공의 소득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전세보증대출의 절반이 주금공인데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기준이라면 상당히 타이트한 편이라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금융위 관계자는 “소득 기준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경향신문( 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식충전소☆★★ > ※전월세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득 10분위별 주거복지, 어디까지? (0) | 2018.10.08 |
---|---|
전세 대출 소득기준으로 제한하자 … 부동산카페 “서울보증 통하면 돼요” (0) | 2018.09.05 |
전세자금 대출 받기 어려워진다...정부, 편법 악용 우려 기준 강화 (0) | 2018.08.28 |
세 달 전부터 준비하자! 이사 준비 똑똑하게! (0) | 2018.08.03 |
당황하지 말자, 이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 (0) | 2018.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