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캥거루族 둔 부모들..이들에게 돈이란? "안쓰는 것"
청년실업에 주52시간까지..고용대란發 소비절벽
◆ 新소비절벽 시대 ◆
2년 전 은퇴한 아버지가 매달 국민연금으로 70만원가량을 받고 있지만 공시(공무원시험) 학원 수강료(60만원), 3인 가족 보험료(100만원), 생활비(50만원), 아파트 관리비(20만원), 통신요금(10만원) 등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장씨 부모님을 위한 자금은 전무한 수준이다. 장씨는 "언제 취업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돈도 못 벌면서 계속 집에 부담을 주느니 줄일 수 있는 지출부터 줄여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대란 여파가 소비절벽을 더욱 가파르게 하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등 취업난 해소를 위한 각종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해 오히려 청년실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청년실업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취업이 안 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은 용돈을 줄이며 지출을 최소화하거나 취업을 유예하고 아르바이트 찾기에 나서며 발버둥치고 있다. 고용절벽으로 인한 소비 감소가 내수 침체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식품제조업체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김 모씨(31)는 8월부터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기로 결심했다. 최근 외식업체 음식 가격이 2000~3000원씩 일제히 오른 데다 제빵사를 준비 중인 누나의 취업준비 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 200만원이 조금 넘는 소득으로 누나의 학원비와 가족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 김씨는 "부유층이 아니고서야 캥거루족이 있는 가정이라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가족인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취업준비를 지원해주다 보면 결국 돈 버는 사람이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식비라도 아끼기 위해 앞으로 저녁은 집에서 해결할 계획"이라며 한숨지었다.
상대적으로 월급 수준이 높은 대기업 직원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며 "동생이 구직 활동에 지쳐 최근 취업 유예를 선언했는데 제발 정신 차리고 하루빨리 취업해서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지난해부터 옷을 사거나 미용실에 가는 등의 부수적 지출 액수를 절반가량 줄였다.
문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구직단념자가 늘어나고 장기구직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39만4000명 수준이던 구직단념자가 2018년 50만1000명으로 약 2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올해 상반기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7000명가량 많았다. 상반기 기준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2000년 14만6000명을 기록한 후 가장 많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장기실업자 수가 가장 많은 수준에 달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30세대 캥거루족의 등장은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 돼버렸다. 지난 6월 채용정보업체 알바몬이 2030세대 미혼 성인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76.1%가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취업준비(79.0%)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악화 일로에 있는 고용환경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소비절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부동산·주식 등 보유한 자산 수준, 고용에 따른 소득수준, 경기 전망 등이 있다"며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서민들의 소비패턴은 고용에 따른 소득과 비관적 경기 전망에 더욱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이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난이 장기화하면 결국 이들 가구의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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