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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에 편의점…점주들 피눈물 난다

편의점 옆에 편의점…점주들 피눈물 난다


“어차피 어느 편의점이든 들어올 자리” 지원금으로 밀어붙이고…

도보 247m 거리에 동일 브랜드 항의했더니 “차량측정거리 253m라 문제없다”

경향신문



지난 20일 오전 11시 경기도 한 도시의 유명 브랜드 편의점. 분주하게 상품을 진열하던 점주 박모씨는 2008년쯤 인근 지하철 역사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설 때를 회상했다.

“새로 문을 열 곳은 어차피 어디 브랜드 편의점이든 들어올 만한 자리다. 타 브랜드 편의점보다 같은 회사 브랜드가 낫지 않겠나. 대신 본사에서 폐기지원율(유통기한 등이 지나 안 팔린 상품의 원가를 보전해주는 것)을 높여주겠다.”

평소에 보기 힘든 부장급 본부 직원들이 인근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는 걸 ‘동의’해달라며 이렇게 설득했다.

박씨는 당연히 막고 싶었다. 그러나 선택권은 그에게 없었다. 그는 “가맹본사의 뜻을 거역하면 향후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걱정됐다. 차라리 지원금을 받고 ‘동의’를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편의점 옆 편의점’ ‘편의점 건너 편의점’ 시대다.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도 문제지만 편의점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 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이 줄어드는 데는 장사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들의 출점 경쟁에 점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같은 상권에 편의점 7개

‘250m 제한’ 예외조항 동의 유도


현행 편의점들은 동일한 브랜드를 250m 내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있다. 터미널·대학 등 특수 상권이 있는 경우, 1000가구 이상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등이다. 이 경우에도 본사는 점주들의 ‘사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가맹본사에 ‘을’일 수밖에 없는 점주들이 ‘부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편의점은 공급초과라는 우려 속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늘어갔다. 박씨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200m 반경에는 GS25,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CU 등 편의점 6곳이 경쟁하고 있다.

점주들 인건비도 못 버는 상황서

본사는 수수료 늘리려 출점 지속


같은 도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본사가 ‘점주에게 폭탄돌리기’를 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그는 인근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본사와 씨름을 했다. 그는 “새로 문을 연 편의점은 도보 측정거리로 247m 거리에 있다”고 본사에 항의했다. 본사는 “차량 측정거리로 253m에 있다”고 했다. 양씨는 새 점포 개장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당시 본사 예측으로 새로 문을 연 편의점의 일일 매출액은 120만원이었다. 이로 인해 양씨의 편의점 일일 매출액은 100만원으로 예상됐다. 양씨는 “일일 평균 매출이 158만원쯤은 돼야 점주가 8시간 일했을 때 순이익이 한 달 150만~200만원 남는다. 일일 평균 매출이 100만원이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본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려 무리하게 점포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폐점하고 싶지만 그럴 경우 본사에 내야 하는 시설위약금과 3개월분의 영업손실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결국 그는 아르바이트를 내보내고 자신의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4시간으로 늘렸다. 양씨는 “애초에 새로 내주지를 말든가, 아니면 폐점을 쉽게 하든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 편의점 밀집 지역인 합정역 부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 세븐일레븐 100m 뒤편에는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있다. 또 인근 300m 근방에 CU와 GS25 등 타 브랜드 편의점이 4개 더 있다. 이곳 세븐일레븐 점주는 “골목의 유동인구는 늘지 않으니까 매출은 그대로고, 결국 새로 생긴 편의점과 기존에 있는 편의점이 나눠먹기 하는 것”이라며 “가맹본사인 대기업은 편의점주끼리 경쟁을 시키고 자기들은 수수료를 늘리는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편의점 수는 인구수에 비해 2배가량 초과 공급된 상태지만 가맹본부는 기대수익을 부풀리면서 망하지 않는다며 출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화된 상권을 조사하고, 가맹본부는 포화된 상권에 출점하면 ‘망할 수 있다’고 고지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미 한계선상에 있는 점포들에는 폐점을 쉽게 해주는 등 다양한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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