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짜리 두 채 가진 다주택자, 종부세 1053만원→1463만원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시나리오는 4가지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 방안과 법 개정이 필요한 '세율' 인상 방안, 둘을 동시에 높이는 방안,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이다.
◇공시가액비율 조정이냐, 세율 인상이냐
현행 종부세는 주택의 경우 기준 시가가 6억원(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이 넘는 경우에만 부과된다. 개인이 가진 주택 가격을 모두 합친 금액에서 6억원(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과세표준이 정해진다. 과세표준이 나오면 금액에 따라 정해진 세율을 곱해 최종 세액이 확정된다.
특위가 제시한 1번 시나리오는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포인트씩 2년에 거쳐 100%까지 올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34만1000명으로부터 1949억~3954억원의 세금을 더 걷게 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법이 아니라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즉각 시행할 수 있다.
둘째 시나리오는 세율을 차등 인상하는 것이다. 주택에 대한 최고세율은 현행 2%에서 2.5%로, 토지의 경우 나대지(종합합산토지) 기준 최고 세율을 2%에서 3%로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금을 연간 8835억원 더 걷게 된다.
◇다주택자 '징벌' 시나리오도 제안
셋째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특위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 2~10%포인트씩 인상하고, 세율은 둘째 시나리오와 동일한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34만8000명의 세 부담이 1조2952억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위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시나리오는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와 토지 소유자에겐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것이다.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증세는 최소화하면서 다주택자에게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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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종부세액 변화를 알아본 결과, 시나리오별로 세금 증가분이 크게 달라졌다. 공시가격 19억2000만원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2차아파트 48평형(160㎡)의 경우 올해 종부세액은 212만원이었으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포인트 올리는 경우 세액은 254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높이면 세금이 267만원으로 올라간다.
올해 종부세액이 1599만원이었던 서초구 서초동 서초트라움하우스(233㎡·49억2800만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일 경우 1844만원을 내야 하지만, 세율을 높이면 1946만원, 둘 다 높이면 세금이 2256만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59만원을 내야 했던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25평형(84㎡·12억5600만원)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는 경우엔 66만원으로 세금이 늘지만 세율을 높이는 경우에는 59만원으로 변함이 없었다.
특히 고가의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15억짜리 아파트를 2채 갖고 있는 사람은 올해 종부세는 1053만원인데, 내년엔 세금이 1463만원으로 39%나 늘어난다.
종부세 인상 방안 중 어떤 시나리오가 채택될지에 대해서는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율을 높이는 것은 국민의 정치권에서 느끼는 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높이는 방안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하려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고려했을 때 넷째 시나리오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고가(高價)의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됐다. 주택의 경우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이고 세율은 0.5~2.0%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 금액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이다.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뺀 금액에 이 비율(현재 80%)을 곱해서 구한다. 집값 합계가 10억원인 주택 2채를 보유했다면 6억원을 넘는 4억원에 대해 80%, 즉 3억2000만원에만 종부세가 부과된다.
이준우 기자(rainrac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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