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 시뮬레이션, 기존 보다 최대 30% 이상 공급 물량 확대
전문가들 "공급물량 부족, 집값 안정 효과도 미미"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1호 ‘다성이즈빌’ 전경. 다성이즈빌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도연립을 재정비했다./제공=강동구 |
아시아투데이 박지숙 기자 = 청와대와 정부가 서울 주택 안정화를 위해 밝힌 서울 주택공급 방안과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준공업지대 개발 등에 대해 실무 검토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국토교통부와 LH, 서울시 등에 따르면 LH는 현재 최대 개발할 수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준공업지대 개발 등으로 공급 가능한 물량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실무 분석 중에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를 최종 검토한 후, 이달 중순께 발표할 계획이다.
‘미니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기존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비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LH 등 공공이 참여하거나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를 10% 이상 공급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사업에 대해선 사업 인정 면적이 1만㎡에서 2만㎡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령을 이 같이 개정했다. 사업 속도 역시 3년 안팎으로 비교적 빠른 편이다.
이 방안은 변창흠 LH사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및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 당시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 모델로서 제안한 바 있다.
LH연구원이 정부 방침에 따라 잠정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서울 내 지역 한 사업지의 주택공급물량은 기존보다 30% 늘어났다. 용적률 완화와 사업면적 확대,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 사업성 향상에 따라 현행 266가구인 곳이 총 84가구가 늘어나 350가구로 확대됐다.
또한 서울 도심 내 요건을 충족하는 가로구역은 약 9750개이며, 이 중 토지이용규제 등에 제외된 사업 가능 후보지는 약 2065개다. 적정 대상지 2065개 중 분양가상한제 적용지구는 약 1342곳(65%) 추정된다. 이에 사업성 향상을 고려한 사업지는 최대 723곳이 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LH의 시뮬레이션은 250가구 이상의 비교적 큰 사업지에 대한 분석이지만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지의 가구수는 50가구 이하인 곳도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50여 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강남4구(강남구·강동구·서초구·송파구)가 29곳으로 가장 많은데 서초구는 서초동 ‘남양연립’과 ‘한국상록연립’이 각각 55가구, 47가구이다. 이주를 끝낸 송파구 마천동 ‘화인아트’도 48가구로 공급물량은 제한적이다.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1호인 강동구 천호동 ‘다성이즈빌’의 경우, 66가구에서 92가구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전체 면적의 3.3%에 달하는 준공업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도 늘린다. 공공성을 갖추면 복합건축을 기존 1만㎡에서 2만㎡까지 늘릴 수 있게 하고 기숙사 외에 주거용 오피스텔도 공급하게 해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전문가들 “집값안정이냐, 공급확대냐 방향 애매…공급물량 한계 뚜렷”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물량은 다소 증가하겠지만 서울 주택수요를 해결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집값 안정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용적률 인허가 문제와 인센티브 문제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한 집값 안정이라는 그동안 정부의 방침과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규제를 푼다고 해도 소규모 사업이고 민간 땅을 개발해야 하는데 얼마나 참여할지는 모르겠다”며 “결국 인센티브 활성화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함 랩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스탠스가 재건축에 대해 갖은 규제를 하면서 집값 안정대책을 쏟아냈는데 소규모 정비사업을 벌이겠다는 건 입장이 달라지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준공업 지역도 용도변경해서 하는 것인데, 과연 집값안정과 병행 가능한 부분인지 의문이다. 공급 확대냐, 안정이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같아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간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규제해왔다가 다시 완화를 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과연 얼마나 공급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을 규제 하는 상황에서 가로주택 활성화는 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주택수요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아니다”며 “서울 주택수요는 연간 3만7~8000가구 정도 인데, 가로주택만으로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소규모 난개발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태경 토지+자유 연구소 부소장은 “서울에 땅이 없으니 주택공급 차원에서는 차선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택공급을 지나치게 신규 공급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로주택 신규 물량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기존의 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이 되어야 한다. 현재 임대사업자가 47만명이고 이들이 150만채를 갖고 있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양도세 강화 등을 통해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관계자는 “가로구역 요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정확한 물량 수치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서울 주택수요를 다 해결할 정도의 물량은 아니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저층 주거지 환경을 개선하고 임대주택 등 공급이 확대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집값 상승 요인도 있어서 가능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 신도시 개발 등과 서울 주택공급 방안은 병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H는 신규 사업지 대상으로 오는 5월 설명회를 갖고 6~8월 공모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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