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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청약문턱… 장기 무주택자엔 기회

높아진 청약문턱… 장기 무주택자엔 기회




동아일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최선숙 씨(49·여)는 결혼 후 지금까지 26년 넘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맘에 드는 분양 아파트가 나올 때마다 청약을 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청약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 최근 몇 년간은 아예 청약 생각마저 접었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최 씨는 “이번 대책으로 나 같은 장기 무주택자가 유리해졌다고 들었다”며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8·2부동산대책으로 청약 제도도 크게 바뀜에 따라 각자 상황에 맞는 내 집 마련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장기 무주택자, 새 아파트 청약이 유리해졌다

최 씨와 같이 1순위 요건을 채운 장기 무주택자는 서울지역에서 분양할 새 아파트 당첨 기회가 늘어난다.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청약 가점제’ 적용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점수로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당첨 기회를 주는 제도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는 모두 가점제가 적용돼 분양되고, 조정대상지역은 전용 85m² 이하 아파트의 가점제 비율이 75%까지 올라간다. 더 큰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50%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0%가 가점제를 적용받는다. 청약 후 미계약 물량을 배분할 때에도 가점제가 적용된다. 다만 가점제를 적용받아 당첨을 받았다면 당첨자와 가구원까지 2년간 가점제 청약을 할 수 없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새 아파트 청약에서 유리해졌다”며 “다만 1순위 조건이 강화되고 대출 한도가 조정된 점을 염두에 두고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1순위 청약 자격이 통장 가입 후 1년에서 2년으로 바뀐다.

○ 가점제 불리하면 미분양 노려라

반면 무주택 기간이 길지 않다면 이번 대책이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결혼 2년 차로 서울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던 김모 씨(29·경기 안양시)는 대책 발표 이후 계획을 접었다. 김 씨는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도 적은 신혼부부들은 서울의 새 아파트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다. 1순위 청약 자격을 갖춘 이후 서울 입성을 꿈꿔 왔는데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가점제가 확대되면 신혼부부나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당첨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엔 미분양 물량이나 다주택자가 절세를 위해 내놓는 급매물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대안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분양되는 오피스텔의 20%는 거주자에게 우선 배당되도록 하반기(7∼12월)에 관련 규정을 손볼 예정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에는 무자녀 신혼부부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 아파트 평형의 오피스텔도 많이 나오고 있어 실수요자라면 청약이 어려워진 아파트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새로 내놓은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하는 것도 좋은 내 집 마련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8·2대책에 포함된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분양형 공공주택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이정윤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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