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 백패킹 홍천군 동면 수타계곡…불쾌지수 날려주는 비경 집합소
물살 헤치며 즐기는 무위자연의 하루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일지라도 여름 태양은 작열한다. 그 뜨거운 기운 앞에서는 그저 계곡물에 발 담그고 더위를 쫓고 싶은 심정이지만, 오히려 계곡물을 역류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지만 두 다리로 계곡물을 헤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위엔 물 흐르는 소리만이 들리고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고요한 무릉도원이 나타난다. 기계화된 현대문명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홍천 수타계곡에서의 백패킹에 빠져보자.
일기예보 상으로는 주말에 비가 온다고 했다. 하지만 4호 태풍 '마니'가 매서운 위력으로 기류를 바꿔버린 탓인지 서울과 홍천 현지에서는 하루 종일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태풍이 구름은 끌어가버렸을 지 몰라도 한반도 전역에 흐르고 있는 습한 기운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하늘은 푸른 반면 축축하게 젖어있는 대기는 후텁지근한 날씨로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 눅눅한 찝찝함을 없애준 것은 수타계곡 상류의 계곡물이었다. (주)예솔스포츠(대표 이화석)에서 지원하는 클럽 8848의 야영지인 홍천군 동면 노천리에 도착하자 시원한 계곡바람이 온 몸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다음날 진행할 수타계곡 백패킹의 종착지가 될 이곳을 집결장소로 정한 클럽 8848 대원들은 마침 계곡물에 어항을 설치하던 중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자 잽싸게 샌들로 갈아 신고 뛰어든 계곡.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은 아니지만 낮 동안의 더위는 냉큼 잊게 만들어주는 시원함에 다음날 처음 경험해보게 될 백패킹이 더욱 기대되었다.
태풍 소식에 숨어버렸는지 날벌레들도 많지 않은 홍천의 야영지에 해가 저물고, 직장일로 인해 늦게 온 김정연 클럽 8848 회장이 당도하자 다음날 백패킹을 함께 할 대원들이 전부 모였다. 한달에 한번 하는 정기산행 자리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본 대원들은 술 한잔을 돌려 회포를 풀며 다음날 백패킹을 위해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8848, 힘!"
계곡에서 시작해 계곡으로 끝난다
백패킹의 아침이 밝았다. 대원들은 잽싸면서도 분주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아침 식사와 야영지 철수를 마쳤다. 오늘 운행할 코스가 하루 이동 코스이고 종착점이 이곳이므로 대원들은 모든 장비를 메고 갈 생각이 아니라고 했다.
"오늘 코스 중에 탈출로가 2곳 정도 있지만, 그쪽으로 나갔다가는 여기로 돌아오기 힘드니까 알아서들 짐을 적당히 챙기세요."
2주 전에 미리 답사를 했던 차홍석 일반팀 팀장의 농담에 모두들 빙그레 웃음을 짓지만, 대원들은 이미 적당한 크기의 서브배낭에 짐을 꾸려놓은 다음이었다. 우리나라의 백패킹은 계곡을 따라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백패킹을 하다보면 도하를 할 때도 있어 배낭을 비닐에 싸서 방수를 해놓는 것이 완벽한 준비라고 한다. 하지만 백패킹은 계곡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법이라 더 이상의 야영을 진행하지 않을 오늘 운행에서는 굳이 큰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게 차홍석 팀장의 말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백패킹을 해보는 본기자는 그 말이 "오늘 이동할 코스는 단순하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작은 색과 카메라 장비만을 갖추고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 궁색한 채비가 곧 지독한 후회로 돌아오게 될 것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다.
종착지인 노천리에 차 한 대를 세워두고 다른 2대의 차로 출발지인 수타사로 이동했다. 수타사 앞 주차장에서 최종 채비를 갖춘 대원들은 가볍게 수타사 경내에 잠깐 들른 뒤 바로 운행을 시작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수타사와 수타계곡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개중에는 홍천의 명산인 공작산을 오르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좋은 날씨를 틈타 얕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즉 수타계곡의 초입은 아직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일반적인 계곡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가. 물 맑고 골 깊다는 강원도 홍천의 수타계곡이 아니던가. 지난 밤 홍종호 등반대장이 이야기했던 "다른 계곡에서 안 일어나는 일이 숱하(수타)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곳 수타계곡이다. 그렇게 시작부터 남다른 기대를 안겨주는 계곡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줄 것이었다.
수타사를 지나 100여m 정도 걸었을 즈음에 용담이라는 곳에 도달했다. 공작산을 오르는 산로와 나눠지는 분기점이라 이쯤에서 일반 등산객들과는 길을 달리하여 소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까지는 계곡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눈에 띄지만 초반보다는 인적이 드물어졌다. 그리고 발길을 재촉할수록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계곡으로 접어든다. 물길을 제외하고는 발디딜 돌조차 잘 보이지 않는 이곳부터가 진정한 백패킹이 시작되는 지점인 것이다. 앞으로 나갈 길에 온통 물밖에 보이지 않자 일부 대원들은 신발 장비를 다시 점검하기도 했다.
"백패킹은 어차피 물에 젖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냥 처음부터 물에 들어가는 게 나아요. 괜히 안빠지려고 발버둥치다가는 다칠 수가 있거든요."
그 말에 본기자도 가방끈을 줄이고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계곡물에 들어가 이동하는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았다.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백패킹은 일반 워킹 산행과는 다른 주의를 요구했던 것이다. 먼저 물이 흐르는 계곡이라 해도 오랜시간 바닥에 있던 돌들에는 까맣게 이끼가 끼어있는 경우가 많아 미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얕고 잔잔한 구간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하며 이끼 낀 돌들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수심이 깊거나 물살이 강해 거품이 이는 곳에서는 단지 발의 감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평소 산행 때 신던 리지화가 더욱 유용할 듯 싶었다. 나중에 말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샌들을 신은 상황에서는 도저히 스스로 디딘 발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샌들을 신은 다른 대원들은 양말이라도 신었건만, 양말조차 말리기 싫어 맨발에 샌들 차림을 한 본기자의 발은 발의 감각만으로 디딜 곳을 찾다가 이 돌에 치이고 저 돌에 박는 고통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다. 그때 말을 건네오는 김건하 대원의 말이 뼈저리다. "백패킹할 때 왜 스틱이 필수라 그러는지 알겠죠? 계곡 흐름하고 이끼 때문에 중심잡기가 힘들거든요."
뜨거운 여름 인적드문 자연 속으로
공작산 등산로 입구인 용담 표지판에 적혀있던 소를 지나자 확실히 인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아니, 지금 이 순간 클럽 8848 대원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앞에 흐르는 계곡물과 양 옆으로 울창한 숲만이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을 반긴다. 그 속에서 차홍석 팀장은 다른 생명체를 찾아내어 바위에 붙은 다슬기를 훑는다.
"백패킹은 그냥 무작정 치고 달리는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다슬기도 잡고 놀면서 천천히 가야 제 맛이죠."
그 말대로 산 채로 포획당해 꾸물꾸물 움직이는 산 다슬기를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백패킹의 진면목은 이런 점에서 더욱 정겹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계곡물을 거스르는 백패킹이라고 해서 계속 물을 헤치며 걷는 것은 아니다. 체력과 경험이 충분한 대원들은 수심이 깊어도 하반신을 흠뻑 적셔가며 통과를 하지만, 계속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기 힘든 대원이나 운행 속도에 처진 대원은 군데군데 눈에 띄는 계곡변으로 나가 땅을 밟고 이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백패킹의 편안함인 것 같다. 시원한 계곡을 따라가면서 자연을 즐긴다는 행위가 중요할 뿐, 어딘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부분이 틀에 맞춰진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지 않는가.
자유롭게 걷는 것이 백패킹의 재미라고는 하지만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거나, 발 딛기가 힘든 이끼 낀 바위 등의 위험한 구간도 자기 마음대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구간에서는 자칫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언제나 리더가 상황을 파악해 대원들에게 길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수심이 깊은 곳을 우회해 기껏 바위에 올라섰더니 젖은 이끼가 많이 자라있어서 계곡으로 다시 내려서지도 못하게 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 홍종호 등반대장이 배낭을 열어 보조자일을 꺼냈다. "실제로 인수봉에서 스탭이 엉켜 벽에 붙은 채 꼼짝 못하고 있는 사람을 구한 적이 있다"는 홍종호 대장은 안전한 산행을 위해 언제나 보조자일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홍종호 대장의 자일 덕분에 바위 위에서 안전하게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었고, 이내 나타난 물살이 가파른 구간에서도 자일에 의지해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모든 종류의 레저 스포츠가 그렇듯이 백패킹을 할 때에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이동하는 거리가 긴 구간은 아니지만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워낙 체력을 소비하는 일이라 대원들이 모두 쉴 수 있을만한 너른 바위가 나오자 바로 휴식을 취했다. 첫 번째 휴식을 취한 곳은 '민가' 근처였는데, 진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김병희 대원이 지닌 GPS덕분에 총 코스의 1/3 정도 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백패킹이지만, 운행시간과 거리를 확인하여 남은 운행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함을 지닌 GPS는 확실히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덕분에 휴식시간을 계산해 볼 수 있었던 대원들은 준비해 온 행동식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휴식을 마친 뒤 다시 출발한 길은 잠시 인간세계로 돌아가는 구간이었다. 민가들이 몰려있는 곳이라 길이 만들어져 있어 계곡에는 행락객들이 붐볐다. 그렇게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펜션이 지어져있었고, 홍천군에서 새롭게 아스팔트 도로도 닦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굳이 현대문명의 힘을 쏟아 부어가면서 편하게만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신선놀음하던 무릉도원이 여기던가
행락객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고 나자 이내 다시 깊은 계곡이 나왔다. 시간은 정오를 지나고 있어 햇살이 더욱 따가워졌지만 계곡물에 반신을 담그고 있는 대원들은 더위에 지치지 않았다. 이정도 햇살이라면 수면에 반사되는 빛과 더해 피부가 심하게 그을릴 것이지만 계곡물의 시원함에 취했기에 그런 사실을 눈치 채기도 쉽지 않았다. 다만 오늘 백패킹에 참가한 홍일점 대원인 정향진 총무만이 운행 중에 진흙이 눈에 보이면 팔 부위 등에 바르며 그을림을 방지하고는 했다.
이렇게 자연 속으로 들어와 천연 소재들을 몸으로 느끼며 걷다보니 정말 볼만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징검다리 사이에 통나무 3개를 엮어 작은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 인공적이면서도 자연과 융화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고, 다슬기 뿐 아니라 민물조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류로 올라갈수록 계곡 폭이 좁아지며 물살이 강해지는 것일까. 운행을 할수록 양다리와 발에 오는 부담이 많아졌다. 어쩌면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지만, 확실히 평소 산행에 비하면 많은 힘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휴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뻐근한 다리와 물 속에서 이리저리 치인 맨발이 걷는 게 힘들 정도로 아파왔기 때문이다. 남은 행동식을 먹으며 보내는 휴식은 첫 번째 휴식보다 더 달콤했고, 상당히 깊게 들어온 계곡은 고요한 가운데 우릴 반기고 있었다. 물도 깊었던 지라 몇몇 대원들은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체력이 떨어진 본기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지만, 아무 때에나 물속에 뛰어들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백패킹은 참말로 산과 물을 함께 즐기는 레저 스포츠라 할 만했다.
하지만 중천을 지나간 일요일 오후의 해는 곧 다음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대원들 모두 아쉬운 발길을 떼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아직 비경을 즐길 만한 곳이 두세곳 정도 남아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폭이 많이 좁아진 상류에서도 힘찬 물살을 이루며 흘러내려오는 큰 가마소와 작은 가마소는 정녕 깊은 계곡에서가 아니면 만날 수 없을 만한 풍경이었다. 그 부근만 수심이 깊고 물살이 강해 대원들은 오른편 바위에 매어있는 밧줄을 이용해 가야했지만, 그런 경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이 감상하기에는 더욱 좋은 듯했다. 그렇게 마지막 비경을 감상하며 운행 마무리를 하는 즈음,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거의 전구간의 운행 내내 후미에 서서 뒤를 지켜주던 김정연 회장이 한순간의 미끌림으로 계곡에 빠지며 온몸을 물에 적시게 되었던 것이다. 휴식 시간을 빌어 수영도 즐겼던 김 회장이라 옷은 이미 젖어있었지만 배낭을 짊어진 채 물에 빠졌기 때문에 배낭 안의 물건들이 젖어버리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부상 없이 금세 일어난 김 회장에게 대원들은 "마지막에 와서 왜 그러느냐"며 한마디씩 건넸고, 김병연 회장도 젖은 배낭은 개의치 않는 듯 "조용한 계곡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고 회장인 나에게 벌을 주는 게 아니겠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오늘 운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은 소동이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 백패킹을 떠나왔지만 이제 자연 속에서 보낸 하루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런 운행의 끝무렵에 바위 틈사이에 핀 조그만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자 이 자연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쉬워도 감상은 그 정도에 그쳐야 한다. 다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사의 한부분이니까. 이런 모습에서 강산에의 노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떠올랐다. 마치 알을 낳기 위해 본연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처럼 계곡을 거슬러 집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대원들. 이러한 복귀가 있기에 다음에 다시 찾을 자연이 더욱 기대되기도 하고, 기쁘게 다가오는 것일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돌아가는 길이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다시 힘차게 삶을 이어갈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떠나기 전에 체크하자!
백패킹이란?짤막 TIP!
백패킹(back packing)은 '짊어지고 나른다'는 말뜻 그대로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들로 짐을 꾸려 등에 지고 떠나는 등짐여행을 말한다. 등산과 트레킹의 의미가 합쳐진 레저 스포츠로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유사하지만, 주로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구분된다. 영국에서는 하이킹, 독일에서는 반데룽이라는 말로 쓰인다.
백패킹의 역사는 해외에서 시작되었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잃어가는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시작된 백패킹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문명의 도움 없이 자신의 두 발과 의지만으로 대자연을 찾아나서는 근대적 의미의 도보여행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법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여행법으로 이제 시작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백패킹 대상지가 주로 산이지만, 우리나라는 산과 들, 계곡, 강 모두를 대상지로 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놓고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망설이게 되는데, 이런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산과 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백패킹이며 '떠나온 어머니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백패킹의 주요지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의 리아시스식 해안을 끼고 도는 코스나 절경을 지닌 섬을 택해 일주해보는 코스 등도 개발해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백패킹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추구하며 산야를 방랑하고 자연에서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러한 백패킹의 특성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단지 지나쳐 갈 경유지만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고 구속이 없다. 며칠동안 먹고 잘 짐을 지고 걸어가므로 고행의 의미도 있으며, 일상생활을 벗어나 남들이 잘 다니지 않는 숨겨진 길을 걷는다는 기쁨과 숨은 길에서 펼쳐지는 비경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백패킹은 한 짐 가득 짊어지고 대자연 속으로 떠나 문명과 사람들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의사항
백패킹은 비포장 길이나 돌길을 가야하고 많은 짐을 메고 오랜 시간 걸어야하므로 지치지 않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50분 걷고 10분 쉬는 식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장비는 빠짐없이 챙기면서도 무게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인적 드문 곳으로 먼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몇몇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떠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예정지역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날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백패킹에 관해 강습을 여는 곳은 아직 없으나 기본적으로 텐트 치는 법, 취사방법,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의 대처방법 등 야영에 관한 기본 지식은 지니고 떠나야 한다.
백패킹의 형식으로는 무전여행, 오지마을 찾아가기, 비포장도로 걷기, 강 따라 걷기 등 다양하다. 다만 대상지를 선정할 때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좋다. 주로 물길을 따라 여행하게 되지만, 야영지는 물길 가까운 곳을 피한다. 또 강을 건널 때는 물이 깊거나 물살이 센 곳은 리더가 앞장을 서도록 하며, 깊은 곳은 가능하면 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장비
백패킹은 어느 여행보다도 장비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백패킹을 하기 위해서는 야영, 취사, 운행의 세가지 장비가 필요하다. 야영장비로는 텐트, 매트리스, 침낭, 가스등 등이 있으며 취사장비로는 버너, 코펠 등이 있다. 운행장비로는 의류, 신발, 모자, 스틱, 배낭, 헤드램프, 보조자일 등이 있고, 그밖에 지도, 나침반, 비상식량, 구급약 등이 필요하다. 클럽 8848이 제안하는 백패킹 복장
신발 백패킹은 짐을 지고 계곡길을 걷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무거운 짐과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튼튼하고 편안한 신발이 필요하다. 비싸더라도 안감이 푹신하고 통풍이 잘되는 것을 택한다. 계곡을 걷다보면 발이 물에 젖는 것이 당연하고 계곡이 미끄러우므로 밑창이 튼튼한 리지화나 샌들, 아쿠아슈즈 등이 적합하다. 또한 샌들을 신을 경우에도 양말을 착용하는 편이 계곡 속의 돌이나 풀에 다칠 위험을 줄여준다.
배낭 편안하고 튼튼한 지게식 배낭을 택하는 게 효과적이다. 또한 주머니가 많고 내부가 구획지어 있으며 등판의 통풍이 잘되고 카메라, 쌍안경 등을 달기 편한 것이 좋다. 당일 백패킹의 경우에는 작은 서브배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1박 이상 이동할 경우에는 배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백패킹을 하다보면 계곡물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배낭은 방수가 잘되는 것을 준비한다. 또한 아무리 방수가 잘되는 배낭도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있으면 침수피해가 있으므로 배낭 내부에 김장 비닐 등으로 2차 방수를 해놓는 것이 좋다.
모자 & 선글라스 백패킹은 오랜 시간을 걷는 여행이기 때문에 날씨가 맑을 경우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햇빛으로부터 눈과 얼굴을 보호할 모자와 선글라스 준비는 필수적이다.
의류 더운 여름에 이동하는 것이 백패킹이므로 땀의 흡수가 잘되고 통풍이 좋은 기능성 의류가 좋다. 계곡을 따라 이동할 경우 젖을 수밖에 없으므로 여분의 옷도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스틱 백패킹을 함에 있어 스틱 준비는 필수이다. 장시간 걷기 때문에 다리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계곡을 이동할 시에는 바닥이 무척 미끄럽기 때문이다. 스틱을 사용하면 중심잡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텐트 백패킹 시 하룻밤을 자건 며칠을 지내건 텐트는 완전한 것이 필요하다. 해변용으로 창문이 많고 덩치가 큰 텐트도 맞지 않지만 고산용의 작은 텐트도 부적합하다. 텐트 구입 시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폴대의 견고성과 지퍼의 내구성이다.
INFORMATION
홍천 수타계곡 백패킹 길잡이
수타계곡은 홍천 9경 중 6경에 속하는 공작산 수타사로 흘러나오는 계곡이다. 공작산은 887m의 산으로 정상에 서면 홍천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산세가 공작이 날개를 펼친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타사에서 동면 노천리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수타계곡에는 넓은 암반과 큼직큼직한 소(沼)들이 비경을 이루고 있고, 계곡 양쪽으로는 기암절벽과 빽빽하게 숲이 우거져 있어 백패킹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클럽 8848과 함께한 백패킹 코스는 약 9km로 수타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민가와 큰 가마소, 작은 가마소를 거쳐 동면 노천리 노천1교 부근까지 이동했다.
교통
고속도로 이용 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 홍천 인터체인지를 거쳐 홍천에 이른다. 국도를 이용할 시에는 하남을 거쳐 6번 국도를 이용, 양평까지 이동하여 44번 국도를 타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으로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으며 요금은 8,700원,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이다. 홍천에서 수타사로 가는 방법은 홍천군 동면 방면으로 길을 잡고 화양교와 홍천소방서를 지나 444번 지방도로를 타고 수타사를 찾아가면 된다. 시내버스는 9시 30분, 13시 30분, 15시 30분으로 하루에 3대 운행한다.
주변볼거리
수타사
공작산 끝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수타사는 신라 33대 성덕왕 7년(708)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대적광전 팔작지붕과 1364년 만든 동종, 3층석탑이 보존되어 있고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를 비롯하여 후불탱화, 홍우당부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영서내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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