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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0년.."집주인 좋은 일만 했네요"

 

월세 10년.."집주인 좋은 일만 했네요"

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30대 중반 A씨는 서울 논현동에 살고 있습니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서울 생활. 대구에서 올라와 17년을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학생 때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했고, 군대는 나라에서 해결해 주니까 집에 대한 걱정을 해본적이 없었죠.

직장을 가지고 나서부터 온전한 독립생활을 하게 됐고, 이후 약 10년 정도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A씨는 푸념 섞인 말을 자주 합니다. "3번정도 이사를 했고 방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평균 50만원 정도를 월세로 내왔어요. 10년이니까 산술적으로 6000만원을 월세로 낸 셈이죠. 6000만원이면 좋은 세단을 살 수 있거나, 지금까지 모은 돈과 더하면 어디 조금마한 전세방을 구할 정도인데..요즘들어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친구들이 부럽더군요. 월세라는걸 내보질 않았을테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이자를 내는게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내다보면 언제가 그 집은 내집이 될텐데 지금은 100년을 내도 이집은 내집이 안되잖아요. 결국 지난 10년 동안 '집주인들 좋은 일만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슷한 사정의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저렴한 전셋집이 줄고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사람이 늘며 비슷한 생각을 하게될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세계약이란 보증금만 내고 집을 빌려쓰는 임대차계약입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합니다. 집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요.

월세는 보증금과 월거주비를 일정비율로 나눠내는 방식이죠. 보통 월세보증금은 임대료 체납에 대비한 성격이 강하죠.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 세입자는 매달 주거비를 내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아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과거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전세는 내집마련의 지랫대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전세가 줄고 있습니다. 전셋집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합니다.

은행이자의 몇곱절되는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데요. 한국감정원에서는 전국 평균 전월세전환률이 7.7%정도라고 합니다. 즉 1억원짜리 전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8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빼고 9000만원 투자해 연 7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이 흔하진 않죠.

실제로는 공식 전환률보다는 좀 높게 계산되는 편이고, 요즘은 원룸같은 경우 보증금을 월세의 3~6개월치 정도로 낮게 설정하고, 월세를 높이는 경향입니다.

거액의 전세보증금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액인 월세보증금은 어차피 다른 유용할 곳도 많지 않죠. 또 사실상 1년 단위 계약이 많아 단기간에 반환을 해줘야해 목돈을 받아봤자 불편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제 곧 전세는 종말이 올거라고 합니다. 과거 보편적인 투자 방식이었던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많아 그렇게 빨리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월세화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월세화가 부를 미래 파장입니다.

보통 20~30대 젊은 계층은 10년 후 주택매매시장에서 주력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월세가 대세가 되는 지금 이들의 성장 시기는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종잣돈 모을 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죠. 때문에 '내집마련'을 포기하는 이탈 세력은 과거보다 많아질 수 있습니다.

임대차수급의 절대갑인 집주인의 의지에 따라 전세가 빠르게 줄는 대신 월세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건 이제 놀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임대차시장의 월세화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드머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장래 주택매매시장의 주요 연령층이 불러올 변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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