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가 순식간에 꼬마빌딩으로..'폐가변신'하는 매직
조민경 더클로이 대표 인터뷰
“간판도 없는 귀퉁이 라면집, 알고 가도 찾기 어려운 카페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서울 시내 C급 상권의 낡은 주택을 매입해 세련되게 리모델링한 뒤 ‘핫한’ 임차인을 들인다. 소액 개발 전문가 조민경 더클로이 대표(필명 클로이)의 투자 전략 중 하나다.
A·B급 상권 내 상가는 일반인들이 엄두도 내기 어렵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꼬마빌딩 소유주가 되는 걸 포기해야 할까. 조 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C급 상권의 쓰러져 가는 건물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파워있는 임차인’과 ‘차별화된 인테리어 콘셉트’만 있으면 얼마든 잘 나가는 건물로 변신시킬 수 있어서다.
▶C급 상권에서 잘 나가는 건물이 실제 있나?
“용산 열정도에 가보면 일본어로 라면가게라고 쓰인 ‘하나모코시’라는 가게가 있다. 지나가면서 눈에 띄는 가게도 아니다. 낡은 주택을 개조해서 라면가게를 차린 거다. 자리도 몇 개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귀퉁이에 있는 낡고 작은 라면가게’란 콘셉트의 힘인 거다.
서울대 근처 ‘샤로수길’을 유명하게 만든 카페 중 하나인 ‘황홀경’도 마찬가지다. 샤로수길 이면에 있는 데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 카페다. 심지어 지하에 있어 지나가다 들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알고 가더라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늘 북적인다. 찾기 어렵더라도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특별한 인테리어를 도입해 콘셉트로 승부한 사례다.
연남동 유명 카페인 ‘커피냅로스터스’도 마찬가지다. 기찻길 옆에 생뚱맞게 떨어져 있는 가게다. 지하철역과 멀어 찾아가기도 힘든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가게 안에 오르막이 있고 벽돌 바닥이 울퉁불퉁해 앉아있기 불편한데도 사람들이 거기서 커피를 마신다. 그런 인테리어, 그런 콘셉트가 좋아서 사람들이 찾는 거다.
북촌의 ‘호아드’라는 곳이 있다. 본래 이 지역은 저녁에는 행인이 없을 정도로 밤 상권이 없었던 곳이다. 그런데 2층짜리 전망 좋은 미술관 카페 겸 한옥레스토랑이 생기면서 저녁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특이하게 잔디가 보이는 박물권 조망이 갖춰져서 스몰웨딩지로도 각광받는다.
을지로인쇄소 골목의 ‘감각의 제국’을 가보면 간판도 없고 사인도 없다. 찾아가기도 힘들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고스톱도구, 탬버린, 오락기, 난해한 사진 등의 특이한 인테리어 아이템들이 자아내는 옛것의 묘한 분위기가 있다. 분위기에 심취할 무렵 디제잉이 시작되는데 난해함 속 어우러짐이 있어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이런 곳들의 특징은 20~30대 방문자들이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 좋다는 거다. 입지가 다소 약하더라도 건축, 인테리어 등 컨셉트의 힘으로 흥한 사례다.”
▶왜 낡은 주택인가.
“서울 시내 건물주가 되는 것은 모두의 로맨스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멀쩡한 부동산을 사서 건물주가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도심지 내에서도 망가지거나 쓰러져 가는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서 리모델링한 뒤 상가를 만든다면 가능하다. 싸게 사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경매로 매입해야 한다. 집이 낡아야 한다. C급 상권이라야 한다.”
▶투자 과정을 설명한다면.
“상권이 형성될 만 한 곳의 쓰러져 가는 주택을 낙찰받는다. 그다음 리모델링, 대수선을 하고 가장 적합한 임차를 넣어 시장에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포인트는 낡고 허름한 주택을 찾아서 상가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4억 이상의 낡은 주택, 하자가 있어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주택이 공략 대상이다. 이 물건으로 월세를 꾸준히 얻을 것인지 임차를 맞춘 후 매각차익에 중점을 둘 것인지 투자 전 미리 고려한다.”
▶ 임차인을 들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흔히 아는 A·B급 상권의 1등 입지를 우리는 비싸서 살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콘셉트다. 상권, 유동인구와 무관하게 콘셉트의 힘으로 손님을 끄는 임차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곳에 많이 가보고 안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맛은 평균만 되면 된다. 5000~1만원 짜리 밥집은 경쟁력이 없다. 두 명이 와서 5~6만원씩 쓸 수 있는 메뉴로 구성하는 게 좋다. 입지가 좋지 않아도 콘셉트의 힘이 강하면 장사가 잘된다.”
▶A급 상권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물론 기존 A급 상권 공부는 필수다. 임차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권리금을 주고 입성하는 프랜차이즈들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관심을 가져라. 이런 임차인 공부는 필수다. 카페, 음식점 프랜차이즈가 무조건 입점하는 홍대, 강남역 등 A급 상권부터 시작한다.그 후에는 경리단길, 연남동, 샤로수길 등 SNS나 방송에 자주 소개되는 지역과 대학상권을 찾아보는 게 좋다. 트렌드에 민감해서 변화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평일·주말 유동 인구의 차이, 주요 업종, 뭐가 망하고 뭐가 들어왔는지 보면 앞으로 어떤 업종이 유망한지 파악할 수 있다. 향후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상권은.
“서울대학교 근처 샤로수길이다. 짧은 시간에 낡은 동네 옷가게, 반찬가게 등이 핫한 버거집, 술집 등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연도별 로드뷰로 찾아보면 상권의 흥망성쇠가 한눈에 보이니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언제 팔고 나오느냐도 중요하겠다.
“환금성이 좋은 주거용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원하는 시기에 매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부터 수익률을 높여 단기간에 매도할 것인가, 계속 보유하면서 시세차익을 볼 것 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업종을 임차로 들였는지 여부가 상가 매도에 있어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상권과 업종을 부지런히 봐야 한다.”
▶낡은 주택을 고쳐 짓는 게 보통 작업이 아닐 것 같다.
“평상시 건물 신축 현장을 오가면서 맘에 드는 건물의 설계, 시공사 정보를 메모한다. 건축주에게 시공사 평판을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기도 했고, 구글링을 통해 내가 짓고 싶은 건축물 이미지를 찾아 설계·시공사·건축주 등을 직접 연락해서 만나기도 했다.”
▶건축물 이미지는 어떻게 찾나.
“예를 들어 모던 한옥 이미지를 찾는다고 가정하면 우선 전주한옥마을이나 북촌, 서촌, 익선동 등의 음식점 블로그 사진을 참조하면서 인터넷으로 손품을 판다. 자료가 부족하다면 구글링도 이용한다. 다음은 관심 있는 지역의 건축물을 직접 보러 가서 디테일 등을 살핀다. 건축사 사무소나 디자인 블로그를 보면 어떤 게 내가 원하는 콘셉트에 최적화된 디자인인지 알 수 있다.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핀터레스트에서 건축물 이미지를 참고하기도 한다.”
▶지금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서울 중심부 쪽 상가를 가지고 싶었기에 종로, 대학로 일대의 낡은 주택을 낙찰받았다. 대로변에 있는 상가다. 주변 상가들이 많이 노후화 돼 있어 수선만 잘하면 눈에 띌 것 같았다. 상권이 아직 형성되진 않았지만, 건너편에 SNS 마케팅을 잘하는 펍(Pub)과 카페가 영업하고 있었다. 임차인만 잘 넣는다면 상권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된 익선동 역시 처음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시작한 거다.”
▶어떻게 고쳐 지었나.
“낙찰받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특이하게도 내부에 한옥이 살아있는 형태의 물건이었다. 외부는 모던하게 마감하고 내부는 대들보가 있는 기존의 한옥 느낌을 살려 반전 있는 상가로 완성했다. 높은 층고를 살려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전면 유리도 곳곳에 넣었다.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어두워서 눈에 띌 수 있도록 흰색 파벽돌로 외벽을 마감했다.”
▶생각해 둔 임차 업종은.
“한옥 느낌을 활용한 베이커리형 카페나 퓨전한식음식점, 수제맥줏집을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스터디를 하고 임장을 다니고 있다. 콘셉트가 뚜렷한 업종을 넣을 예정이다.”
▶투자금은 많이 들지 않았나.
“대출 규제 본격화되기 전이어서 낙찰가의 85%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실투자금은 크게 들지 않은 셈이다. 건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내부 리모델링은 적은 금액으로 마감할 수 있다. 임차가 맞춰진 후 보증금을 받는다면 실투자금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이런 개발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낡은 주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입찰 전, 구청을 방문하거나 건축사를 만나서 용도변경과 공법에 따른 제약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리모델링, 대수선할 때 드는 대략적인 예산을 산정하고 건축사, 시공사를 잘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이런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성격인지 돌아봐야 한다. 현장을 잘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시기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 개발업자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1000평 정도의 넓은 땅을 사서 건축을 하고 콘셉트를 잘 구상해 멋진 레스토랑 겸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가족, 연인들이 와서 내가 개발한 땅과 건물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내 최종 목표다. 춘천에 '어스17'이라는 카페가 있다. 장작구이집이었는데 개발을 해서 카페로 만든 곳이다. 소양강이 보이는 카페인데 지금은 유명해져서 관광지가 됐다. 콘셉트도 확실하다. 내부는 심플하게 마감하고 건물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게 되는데, 빈백을 놓아 잔디밭 아무 데나 누워도 멋진 하늘과 경치가 보인다. 밤에는 손님들이 담요를 덮고 별을 구경한다. 지역의 명소인 만큼 연 매출이 어마어마하다.
남양주의 카페 ‘요새’도 비슷한 콘셉트다. 카페 어느 방향에서나 한강을 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시다가 연인, 가족끼리 손을 잡고 한강이 보이는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 이곳은 닭백숙집이었는데 이것을 개발해서 카페로 만들었다. 두 곳 모두 또 가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들이다. 고객들에게 먹거리뿐만 아니라 추억을 남겨준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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